휴대폰 복제 사건으로 소속사와 갈등을 빚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배우 전지현.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휴대폰을 복제해 통화 내용을 엿듣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다. 정상적인 소비자라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전지현은 이 사건 때문에 불화를 빚었던 소속사 싸이더스HQ와 지난달 재계약했다. 소비자로서 입었던 피해 보다 배우라는 직업의 무게가 더 무거웠을까?
그녀는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이별하는 데에도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현은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당시 회사와의 재계약 시점이어서 모든 관심이 재계약 여부에 쏠렸다."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 판단해 재계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나올 수도 있었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면서 함께 걸어온 길을 생각했다.이별을 하는 데도 시간이 충분히 필요해 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연예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생겨 안타깝다.안 좋은 일도 있겠지만 누구보다 앞서가고 창조적인 사람들이 뭉쳐서 한류를 만들었고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염동신 부장검사)는 자난4월16일 전지현씨의 휴대전화를 복제해 문자 메시지를 훔쳐 본 혐의로 입건된 전씨 소속사 싸이더스HQ 대표 정훈탁(41)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에 정씨가 가담했는지 집중 수사했지만 범행을 실행한 소속사 임원들과 공모했다는 직접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본인과 관련자가 모두 범행 가담을 부인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싸이더스HQ에 소속돼 연예활동을 했던 전씨의 사생활을 감시하기 위해 전씨 아버지의 이름으로 된 휴대전화를 무허가 심부름센터 운영자 김모(구속기소)씨를 통해 복제, 문자 메시지를 엿본 혐의로 지난 2월 경찰에 입건됐었다.
검찰은 그러나 전씨의 이성관계를 확인하려고 2007년 11월 김씨에게 640만원을 주고 전씨의 휴대전화를 복제해 인터넷으로 전씨가 송수신하는 문자 메시지 내용을 수차례 몰래 확인한 혐의(전파법 위반 등)로 싸이더스HQ 전 임원 정모(56)씨와 박모(4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전지현은 재계약에 따라 다음달 11일 국내 개봉되는 할리우드 진출작 '블러드'에서 주인공 사야 역을 맡아 액션연기를 선보인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