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살얼음보다 쉽게 부서지는 액정, 원인은 모조리 소비자 탓이라니... 함부로 만지기도 두렵네요”
사용 중인 액정 제품의 느닷없는 파손 피해에도 불구, 책임을 무조건 소비자 과실로 몰아부치는 업체들의 막무가내 대응에 지친 소비자들의 하소연이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는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PMP, 내비게이션 등의 액정파손에 대한 피해제보가 즐비하다.
그러나 ‘저절로 깨졌다’며 제품하자를 주장하는 소비자와 ‘충격없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업체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 더욱이 액정 파손의 경우'외부충격'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가릴수있는 증거도 없는데다 수리비 마저 만만치 않아 갈등과 감정싸움의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다.
▶휴대용 디카, ‘모시고’ 다녀?!성남 태평동의 정 모(여.38세)씨는 약 1년여 전 올림푸스 X855카메라를 20만원대에 구입했다. 휴대성을 생각해 콤펙트형을 구매했지만 사용기회가 많지 않아 그동안 100컷 찍은 게 고작이었다.
최근 사진을 찍으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든 정 씨는 카메라 액정에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심하게 금이 가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충격을 주거나 떨어트린 적이 없었던 터라 곧장 AS센터를 찾았다. 담당직원은 “충격 없이 파손될 수 없다”고 설명하더니 수리신청 란에 ‘충격’이라고 기재했다. 직원이 멋대로 기입하는 내용이 마음에 걸렸지만 규정에 따른 처리일 거라 가볍게 생각하고 돌아섰다.
몇 시간 후 담당직원은 “가방 안에서 심하게 눌려져 액정이 파손됐다”며 ‘소비자과실’을 이유로 9만원의 수리비를 안내했다. 정 씨는 파손이유를 납득할 수 없어 이의를 제기했지만 AS센터 측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 씨는 답답한 마음에 본사 담당자와 통화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콤팩트형은 약하므로 약간의 눌림에도 쉽게 액정이 파손될 수 있다”는 동일한 답변만 반복됐다.
정 씨는 “가방 안에는 카메라뿐 아니라 휴대폰, MP3 플레이어 등이 있지만 액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게 창호지처럼 약한 액정이라면 그냥 장식품으로 집에다 모셔둬야지 휴대용이라 할 수 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올림푸스 관계자는 “LCD뿐 아니라 케이스 자체가 눌려져 있었다. 큰 압력에 의하지 않고는 손상되기 어렵다. 업무관계상 가방에 수십 개를 넣어 다니기도 하지만 이런 파손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깨진 액정가루 날려 깜짝~
경기도 용인의 홍 모(여.41세)씨는 최근 구매한 스카이 휴대폰의 액정이 아무런 충격도 없이 부서져 깜짝 놀랐다.
영업업무를 하는 홍 씨가 휴대폰 통화 중 앞자리 동료에게 전달할 내용이 있어 잠시 일어서면서 충전용 잭이 흔들려 액정화면에 부딪치자 ‘쩍’하는 소리와 함께 오랜 가뭄의 땅처럼 액정에 심한 금이 가 버렸다. 순간 미세한 유리가루가 날려 눈에 통증이 느껴졌다.
다행히 흐르는 물에 빨리 눈을 씻어내고 동료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병원을 방문한 탓에 약간의 염증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을 다녀온 후 업체에 상황을 전했고 방문한 직원은 확인 후 연락을 약속하고 제품을 회수해갔다.
처음부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의혹을 보이던 직원은 다음날 사고 경위나 제품의 안정성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액정을 교체한 제품만 건네고 돌아섰다.
홍 씨는 “갑작스런 사고로 폰을 쳐다보기도 섬뜩하다. 이렇게 쉽게 파손되는 게 제품하자가 아니라면 판매 시 보호필름을 붙이라든가 하는 주의사항을 안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비 지급도 마치 선심 쓰듯 말하는 태도에 불쾌감을 느껴 병원비는 필요 없다고 하자 뭘 원하느냐고 말했다. 기막힌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노트북 액정파손은 99.9% 소비자과실?
하지만 판매처는 제품을 살펴보지도 않고 99.9% 본인의 과실이라며 제조업체로 확인을 안내했다. 사후처리에 대한 신뢰를 갖고 백화점을 이용한 신 씨는 무책임한 담당자의 대답에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HP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육안으로 대충 살펴본 담당기사는 대답 역시 판매처와 동일했다.
사용 중인 노트북에 물리적 충격을 준 적이 없을뿐더러 외부에는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음을 거듭 항의해 봤지만 전혀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손 씨는 “외부의 충격이 없으면 ‘절대’ 깨질 수 없는 완벽한 제품이라며 무조건 소비자의 과실이라 몰아붙이다니....제품하자에 대해서는 1%도 인정하지 않는 업체 측 태도가 놀라울 뿐”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