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원작, 역동적 무대, 그리고 스타. 흥행의 요건을 두루 갖춘 뮤지컬 ‘삼총사’의 막이 올랐다. 2009년 뮤지컬 최대 화제작 중 하나로 손꼽히던 ‘삼총사’는 드라큘라, 햄릿, 클레오파트라 등의 국내 공연으로 이제는 뮤지컬 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체코 뮤지컬.
‘삼총사’의 핵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재미’다. 철저하게 대중적 코드에 맞춰진 ‘삼총사’는 평면적인 구성, 빤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웃고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다. ‘삼총사’는 관객에게 무언가 심오한 메시지나 생각할 거리를 던지지 않는다. 그저 관객은 150분간 펼쳐지는 의리와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들의 무용담을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재미를 대명제로 추려낸 ‘삼총사’의 키워드.
- 고전의 재구성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뒤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삼총사’는 뮤지컬적인 재미를 위해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구성되었다.
시골 청년 달타냥이 우연히 삼총사(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를 만나고, 네 사람이 힘을 합쳐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로부터 왕실을 지켜낸다는 기본 스토리에 ‘철가면’, ‘달타냥 이야기’ 등의 설정이 적절히 차용되어 극적 긴장감을 더했다.
달타냥과 삼총사뿐 아니라 그들과 대척점에 있는 추기경과 밀라디의 사연까지 담아낸 스피디한 전개로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다.
- 꿈의 캐스팅
신성우, 유준상, 엄기준, 박건형, 민영기, 김법래, 배해선, 백민정…….
올해 초 관계자로부터 살짝 귀띔을 받았을 때도 가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캐스팅이 현실이 됐다. 원톱으로 극을 끌어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들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 몇몇 배역이 더블 캐스팅임을 감안해도 뮤지컬 마니아들에겐 거의 꿈의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때문에 공연장은 각각의 배우를 응원하는 팬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성우가 출연하는 날에는 일본 관객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는 신성우가 출연하는 전 회를 예매한 일본 팬도 있다고 하니 뮤지컬에서도 한류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 캐릭터 쇼 뮤지컬
선악 구분이 확실한 전형적인 캐릭터들에 배우들의 개성이 더해져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 때문에 ‘삼총사’는 캐릭터 쇼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삼총사와 달타냥의 캐릭터 구성은 마음에 드는 인물이 있을 수밖에 없도록 카리스마, 댄디, 위트, 큐트 등의 다양한 이미지로 짜여 지는 아이돌 그룹의 구성과 유사하다.
박건형이 패기와 박력으로 똘똘 뭉친 달타냥을 그려냈다면, 엄기준은 귀염성 있고 능청스러운 달타냥을 표현했다.
아토스 역의 신성우가 넘치는 카리스마로 전설의 검객 이미지를 살렸다면, 유준상은 보다 부드럽고 여유 있는 리더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기존의 진중한 이미지를 깨고 여자 문제로 바람 잘날 없는 로맨티시스트 아라미스를 연기하는 민영기. 오페라 가수였던 아라미스의 과거를 연기하는 장면에서 그는 성악 전공자답게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객의 심장을 훔친다.
해적왕 출신으로 단순하고 허풍기 있는 포르투스를 연기하는 김법래는 가장 많은 웃음을 주는 캐릭터. 특유의 저음으로 자신을 삼총사 최고의 꽃미남이라 소개하는 그를 보고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 쾌(快)! 쾌(快)! 쾌(快)!
유쾌(愉快), 상쾌(爽快), 통쾌(痛快)! ‘삼총사’를 관통하는 3쾌다.
유머러스한 대사와 설정이 주는 유쾌함, 배우들의 시원시원한 가창력이 주는 상쾌함, 역동적인 무대와 박진감 넘치는 검술 장면이 주는 통쾌함이 그것이다.
‘삼총사’가 비극으로 끝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터, 훤히 보이는 결말 때문에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긴장감, 그 빈틈은 웃음으로 채워졌다. ‘제가 한 잔 쏠게요’ 같은 시대극답지 않은 대사나 달타냥과 콘스탄스의 닭살 애정 행각, 꿍쓰꿍쓰 과장되게 어깨를 들썩이며 호탕하게 웃는 네 남자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함을 선사한다.
‘삼총사’에선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영화 ‘삼총사’의 주제곡인 브라이언 아담스의 ‘올 포 러브(All for love)'를 메인 넘버로 가져다 쓴 것. 여기에다 체코 뮤지컬 의 특징인 록과 팝, 오페라적 요소가 혼합된 뮤지컬 넘버들은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놓쳐선 안 될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바로 안무다. 여러 뮤지컬 시상식에서 수상한 바 있는 안무가 이란영의 파워풀한 검술 안무는 ‘삼총사’의 백미. 실감 나는 검술 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공연 시작 4개월 전부터 펜싱 연습에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고…….
*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소설(1844년 작)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 2004년 체코 프라하에서 무대에 오른 이래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인기 뮤지컬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스몰 라이선스 방식으로, 음악을 제외한 극의 다른 요소들을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개작했다. 신성우, 유준상, 엄기준, 박건형 등 출연. 6월 2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뉴스테이지=조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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