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소비자의 소장 자료는 휴지조각처럼 취급해도 된다는 겁니까?”
AS의뢰받은 전자기기의 내장자료들을 무작위로 삭제하고 발뺌하는 업체들에 소비자의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T기기의 대중화로 인해 전화번호, 사진이나 기타 업무상 중요자료 등을 휴대폰, 노트북, PMP, 외장메모리 등에 보관하는 것은 이제 일상화된 일.
하지만 업체들은 소중한 개인자료를 깡그리 삭제한 후 “하드웨어적인 문제만 보상할 수 있을 뿐 저장데이터에 대해서는 보상책임이 없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결국 삭제된 자료복구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애를 끊여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 더욱이 복구 가능한 자료마저 무조건 ‘복구불능’이라고 응대하는 업체들의 업무처리에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미 삭제된 걸 어떡해~
광주 상무2동의 윤 모(남.40세)씨는 약 3년 전 아이스테이션 T43 PMP를 59만원에 구입했다. 최신형 윈도우을 탑재에다 큰 저장용량이 마음에 들어 구매 결정했다.
지난해 연말경부터 화면터치 시 저절로 재부팅되거나 내비게이션과 DMB에도 이상이 발견됐지만 바쁜 일정으로 AS를 지연하다 2월 14일에서야 광주센터로 AS요청했다. 가족사진 등의 개인적인 자료와 중요한 업무자료가 많아 수리신청서 비고란에 ‘등록 자료를 손상하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당부했다.다음날 담당기사에게서 “하드디스크 이상으로 교체비용 12만원이 청구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용기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이란 생각에 망설였지만 아이들 사진과 그동안 축척된 업무자료를 포기할 수 없어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며칠 후 제품을 찾으러 AS센터를 방문한 윤 씨는 수리과정에서 PMP내부에 저장된 모든 자료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료 삭제에 대한 책임을 묻자 오히려 “전화로 소비자의 동의를 구했다”는 금시초문의 이야기를 했다. 윤 씨가 “자료삭제에 대한 어떤 연락도 받은바 없고 동의라니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하자 “이미 수리가 완료되어 방법이 없다”고 일축했다.
윤 씨는 “수년간 관리해온 중요자료가 모두 삭제됐다.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제품을 수리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비자의 요구를 함부로 묵살하고 배짱만 튕기는 기업에 고스란히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냐”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디지털큐브 관계자는 “택배AS접수 때 자료백업에 대해 사전안내를 하고 센터 내방 시에는 포맷동의 여부에 체크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추측컨대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야할 정도의 이상이면 자료 백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 된다” 답했다.
▶복구 어렵다던 자료, 환불요청에 ‘말짱’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소비자 홍 모 씨에게는 업무의 특성상 스카이휴대폰에 저장중인 전화번호들이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지난 4월 28일 휴대폰을 사용하던 중 프로그램 버그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AS센터를 방문해 펌웨어 업데이트를 받았다.
AS담당기사의 실수로 인해 안에 내장되어 있던 전화번호 및 사진 등이 모두 삭제되었다. 업무가 급해 우선 정상작동 여부만 확인하고 기술부에 자료 복구를 요청하고 돌아섰다. 이후 전화전호 삭제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몇차례 전화상으로 빠른 처리를 독촉했다.
이틀 후 센터에서는 ‘복구 불가능’이라고 답했다.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응에 화가 난 홍 씨는 환불 요구했다.
환불에 필요한 서류를 이메일을 통해 받고 며칠동안 자료를 준비해 3일 후 센터 측으로 모두 접수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환불처리가 지연되어 다시 전화문의하자 담당자는 “전화번호가 복구됐다. 따라서 환불할 수 없다”는 뜻밖의 이야기로 홍 씨를 기막히게 만들었다.
홍 씨는 “고객의 불편함이나 피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뻔뻔함에 기가 찰 노릇”이라며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업무에 지장을 받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복구가 안 된다고 슬쩍 넘기면 소비자가 지레 포기할 줄 알았던 모양”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제품하자만 책임, 저장자료는 별도?!
소비자 조 모 씨는 평소 LG전자의 외장하드 XD1에 중요한 데이터들을 보관해 왔다. 지난 3월 8일 외장하드에 접속하려했으나 ‘엑세스 거부’메시지가 떠 AS센터로 전화문의했다. 상담을 통해 “제품을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는 담당자의 말을 믿고 택배접수했다.하지만 3일 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제품을 발송했다’는 안내메시지만 휴대폰에 도착했다. 수리 결과가 궁금해 곧바로 연락을 했지만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고 다음날 어렵게 통화해 “제품에 하자가 있어 새 제품으로 발송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존제품에 들어있던 데이터 복구여부에 대해 문의하자 “데이터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조 씨는 “제품하자로 인해 자료가 삭제된 만큼 복구비용을 부담하라”고 요청했지만 “제품하자 부분을 인정해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 것이며 복구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