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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 고구려 악기 '지'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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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 고구려 악기 '지' 복원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3.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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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대하드라마 '연개소문'(극본 이환경, 연출 이종한)이 고구려 시대에는 존재했으나 맥이 끊긴 관악기를 복원해 방송계뿐 아니라 국악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1일 연개소문 역의 유동근이 분 악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국악기와는 상당히 다른 연주법을 갖고 있다. 일종의 횡취관악기(옆으로 부는 관악기)이긴 하지만 대금, 소금과는 전혀 다르다. 취구(吹口)가 한쪽 끝이 아닌 가운데 부분에 있어 가운데로 불고 양손을 벌려 연주하는 것.

이는 '지(竹 아래 厓의 圭 대신 虎)'라는 악기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취적과는 전혀 다른 구조이며, 고구려 시대 벽화와 당시 중국 문헌에 기록돼 있다.

이종한 PD는 "'연개소문' 기획 당시 고구려 시대를 역사적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시에 존재했던 악기를 선보였으면 했다"면서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지'라는 악기가 고구려 시대에만 있었을 뿐 명맥이 끊긴 악기라는 걸 알게 된 후 전문가들과 함께 복원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가 도움을 요청한 전문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진원 교수. 고대 음악사 전공의 이 교수는 고구려 시대 악기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 교수가 '지'에 관한 자료를 모았고, 실제 복원 작업은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김진성 씨와 국립국악원 소속 김상준 씨가 맡았다.

가장 뚜렷하게 '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集安縣)에 있는 오회분 5호묘의 벽화.

이 교수는 '벽화를 통해서 본 고구려 음악과 악기'라는 논문에서 '지'의 형태에 대해 "횡취로 연주하고 있지만 관의 4분의3 정도 되는 곳에 입술을 대고 양 옆으로 있는 관을 오른손으로 장심이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해 오른편을 잡고, 왼손으로는 왼편의 관신을 떠받치는 듯 지행하며 연주하고 있는 모습으로 다른 고분벽화에서 보이는 종취관 악기와 연주하는 모습 자체가 아주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를 횡적으로 고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드라마 제작 전 '지' 복원 작업에 들어간 이 교수는 "고구려 지역과 비슷한 중국 북방유민족, 소수민족에게서 이 악기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음색과 음의 크기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금과 훈(壎: 질나팔)의 중간 소리라고 유추된다. 좌우 6개의 구멍을 통해 두 옥타브 정도의 소리를 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이론적 토대를 근거로 김진성 씨와 김상준 씨가 지난해 9월부터 실제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 관악기는 모두 대나무로 만들어지며, 대나무의 굵기와 길이를 다양하게 해 샘플을 만들었다.

대금 주자인 김진성 씨는 "그 당시 악기의 음정을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였다"고 밝히며 "이 교수께서 갖고 온 문헌과 그림대로 악기의 굵기와 길이, 손의 위치도를 유추했다"고 전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한 결과 음정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이어 음량 조절이 문제가 됐다.

김 씨는 "대금과 마찬가지로 양쪽이 다 뚫려 있으면 소리가 너무 작아, 한쪽을 막았다. 그랬더니 볼륨이 커졌고, 대나무의 굵기도 두꺼운 것으로 만들었을 때 소리가 커졌다"고 했다.

아직 완벽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계속 실험을 통해 제대로 된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근접해가고 있다. 현재는 방송에서 '지' 소리 대신 대금 소리를 깔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지'를 적극적으로 소개할 예정인 이종한 PD는 "지금 계획대로라면 드라마가 끝나기 전 '지'의 소리를 복원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지'의 모습과 소리가 투박하고 거칠면서도 광활한 느낌을 갖고 있어 고구려인의 기상을 나타내는 데 적절하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고흥곤 악기장을 사사하고 있는 김 씨는 "드라마가 계기가 됐지만 '지'의 복원 작업은 국악계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관악기의 중류가 다른 악기에 비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가 복원된다면 관악기의 아주 중요한 종류가 될 수 있으며, 크기와 굵기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진과 이 복원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복원 후 연주회를 통해 정식으로 '지'의 복원을 국악계와 일반인에게 널리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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