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내 병원에서 치료 받은 의료비에 대해선 실손보험이 우선 적용되므로 여행자보험 가입 시 '국내 의료비 담보'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이미 실손보험이 국내 의료비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여행자보험에 국내 의료비 담보를 또 추가하면 보험료만 더 쓰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사는 노 모(여)씨는 해외여행에서 사고를 당하고 귀국해 치료 받은 의료비를 여행자보험으로 청구했다가 일부만 지급받아 의문을 제기했다.
노 씨는 지난 7월 발리로 여행을 갔다가 원숭이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발리 현지 병원에서 상처 치료를 일부 받고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나머지 치료를 받았다. 총 치료비는 34만 원 가량 청구됐다.
현재 노 씨는 A사 여행자보험에 가입돼 있고 B사 실손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노 씨는 치료비에 대한 보험금을 여행자보험 측에만 청구했다. 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적용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A보험사는 다수보험 비례보상을 이유로 19만 원 가량을 감액한 17만 원만 지급했다. 노 씨는 "다른 보험사에 중복 청구한 것도 아닌데 단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례을 보상하는 게 이상하다"고 억울해했다.
여행자보험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AXA손해보험 등 대부분 보험사에서 판매한다. 해외여행 시 피치 못할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여행 전 가입하고 있다. 보험료도 1만 원 내외로 저렴하며 주요 보장 내용으로는 ▲상해(또는 질병)사망 및 후유장해 ▲해외발생 상해(또는 질병)의료비 ▲휴대품 손해 ▲배상책임 등이 있다.
약관상 여행자보험 '해외여행 실손의료비 특약' 중 국내의료비 보장 담보는 해외여행 중 발생한 상해 또는 질병으로 국내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은 경우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있다면 중복해 보상하지 않으며 실제 지급한 의료비를 한도로 비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일부 실손보험의 경우 가입시기에 따라 해외의료비를 보상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역시 여행자보험과 비례보상을 적용한다.
여행자보험을 가입할 때도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이 있을 경우 국내 의료비 보장은 필요가 없으니 제외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실손보험이 가입돼 있다면 이미 국내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갖고 있는 셈인데 국내 의료비 보장 담보를 또 추가할 경우 보장이 중복되며 보험료를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고 여행자보험만 가입돼 있다면 여행 중 상해에 대한 보상이 국내·해외 전부 가능하지만 위 사례처럼 여행자보험과 실손보험이 중복 가입된 상황에선 일부만 보상이 가능하다. 여행지에서 다쳐 해외 병원과 국내 병원에서 모두 치료를 받았다면 여행자보험에서 해외 의료비 일부를 보상받고 국내 의료비에 한해선 기존 실손보험이 우선 적용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해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다 보니 금융감독원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여행자보험 관련 주요 분쟁사례를 안내하며 이미 다른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여행자보험 국내의료비 보장 담보를 추가하더라도 중복 보장받을 수 없으니 여행자보험 가입 전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들은 여행자보험 가입 전후로 실손보험과 중복 청구가 불가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여행자보험 가입 시 실손보험과 중복 청구는 불가하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다"며 "만약 여행자보험에서 비례보상을 받았다면 실손보험에도 재청구해 일부 보험금을 받으면 된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