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뮤지컬 Up↑ & Down↓] 뮤지컬 ‘사춘기’
상태바
[뮤지컬 Up↑ & Down↓] 뮤지컬 ‘사춘기’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6.16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5월, 명동 해치홀에는 개관 기념 페스티벌로 창작 뮤지컬 ‘사춘기’가 올라갔다. 프랑크 베데킨트의 소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원작으로 한 이 창작 뮤지컬은 힘 있는 음악과 안무, 긴장감 있는 스토리에 힘입어 ‘제 3회 더 뮤지컬 어워즈’의 창작뮤지컬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아래는 뮤지컬 ‘사춘기’를 ‘Up↑ & Down↓’이란 코너로 집중 분석해본 것이다. ‘Up↑ & Down↓’은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의 장, 단점을 스스럼없이 토해냄으로써 작품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 뮤지컬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 공감가는 내용에 잘 다듬은 언어. 그런데 말이 너무 많아.

Up↑‘블로그’와 ‘파우스트’, 심층적이고 긴장감 있는 언어

‘블로그’라는 현대적인 패러다임과 ‘파우스트’로 대표되는 고전적 주제를 연결시킨 것이 매력적이다. 청소년기의 범죄와 방황이라는 주제로 사회성을 갖는 동시에, 천박하거나 가볍지 않게 묵직한 고전 철학의 추를 달아 놓았다. 미국에서도 화제가 된 뮤지컬인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원작이 같은 이 작품은, 창작 뮤지컬답게 커닝과 자살, 성인 동영상 등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공감 가도록 풀어놓았다. 언어와 스토리가 줄곧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흘러가, 잘못하면 경박해 보일 수 있는 성 묘사 등도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전반부의 빠른 전개는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나타나는 주인공의 양면적인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Down↓그네들끼리만 비극적인 죽음, 관객들에게는 길고 지루해
종종 보이는 불필요한 내용을 쳐내면 훨씬 매끄럽지 않을까. 동성애 코드는 앞뒤 맥락이 없고, 술집에 다니는 엄마는 식상하다. 자살할 때 나타난 여장 남자의 개그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진지해질 순간을 언제 주고 싶은 건지 의아해진다. 이렇게 너무 많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작 주인공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데는 부족한 느낌이다. 영민이 초반에는 무슨 일에든 꿈쩍 안 할 것처럼 완벽했던 모습에서 갑자기 미쳐가는 것이나, 백댄서가 되고 싶어 했던 선규가 자살까지 이르는 과정은 투박하다. 오히려 이러한 후반부는 지나치게 무겁고 길어 공감보다는 지루함을 가져온다. 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지만, 사춘기에 대한 해석이 상투적인 경향이 있다. 어려운 환경과 학업 강요로 인한 담배 한 대와 커닝, 성적 호기심 외에도 더 깊이 있는 것을 보여 달라면 안 되는 걸까.

◎ 심층적인 영민, 공감가는 선규, 그럼 수희는?

Up↑심층적인 캐릭터에 배우들의 매력까지!

모든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에 뛰어나다. 교복 속에서도 느껴지는 그들 각각의 매력은, 조화로운 캐스팅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거북스럽지 않은 남장여자 캐릭터나, 블로그의 특징을 캐릭터로 표현한 방식은 극중에서 양념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주인공이 인간의 본질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진득한 캐릭터 연구에서 나온 결과물로 느껴진다.
Down↓수희의 눈물에 같이 아파하고 싶으나
후반부 무거운 주제 속에 끼워 넣은 듯한, 일부 과장적인 요소가 거슬린다. 그리고 주조연 할 것 없이 인상적인 남자 캐릭터에 비해, 여자주인공의 매력이 약하다는 것이 아쉽다. 아름답고 소녀 같은 목소리로 유명한 배우 임수연의 수희임에도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 라는 멜로디 하나로 정리되어 버린 여배우의 갈등은, 안타깝지도 않고 애틋함도 부족하다. 차라리 마지막까지 순수하게 백치미를 보여주다가 무너져 내리는 캐릭터라면 혀라도 한 번 더 차지 않을까.



◎ 해치홀 소극장을 가득 메운 무대 연출의 아이디어들

Up↑영상과 세트의 교묘하고 세련된 결합

온통 검은색뿐인 무대 위에서 선생님의 등장과 시험시간 등을 모두 표현해 내는 방식이 굉장히 모던하다. 뒷면 벽의 열리는 문은 조명과 함께 다양하게 표현되는데, 특히 지하철이 덜컹거리는 장면에 이르면 감탄이 터져 나온다. 꽃이 피는 장면 등의 세련된 영상도 인상적이다. 해치홀의 무대 높이는 관객과 배우의 시선을 일치시켜, 어느 소극장보다 배우들과 교감을 하기에 좋다.
Down↓어두운 결말, 어두운 조명, 어두운 마음
무대 삼면에 놓인 객석은 몸동작을 보기에는 좋았지만, 역시 옆면은 소외되는 느낌이다. 배우들이 신경 써주는 게 느껴지지만 완벽히 집중하기는 힘들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영상에 비해 조명은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는데, 특히 반복적이고 너무 어두운 조명이 계속 된 것은 아쉽다.

◎ 각 장면의 주제를 강렬한 비언어적 움직임으로 표현한 안무

Up↑몸으로 말하는 주제

단순한 춤이 아니라 주제를 표현하는 몸짓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현대무용적인 안무들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수희가 허공에서 떠도는 장면이나 선규가 블로그를 처음 접하는 장면 등 갈등을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 언어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신체를 잘 이용한 느낌이다. 초반부의 파이팅이 묻어나는 군무도 즐겁다.
Down↓같은 분위기의 반복
훌륭한 안무지만, 가운데 배치된 인물의 감정을 주변에서 표현하는 형식의 군무, 블로그의 느낌을 나타내는 장면이 종종 반복된다. 기승전결 구조를 지니고 있기 보다는 그 장면 장면을 표현한 안무는, 평면적으로 구성된 경향이 있다.

◎ 기억에 남는 뮤지컬 넘버와 뜨거운 밴드음, 다만 2% 아쉬운 음향시설

Up↑입 맞추지 마,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

주제 멜로디의 반복으로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뮤지컬 넘버는 극 전체를 탄탄히 떠받치고 있다. ‘입 맞추지 마,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 ‘나랑 같이 춤추러 갈래?’ 등의 멜로디는 공연장을 나서는 때까지 줄곧 머릿속을 맴돈다. 플롯이 잘 짜인 넘버가 극과 잘 결합한 것도 큰 장점. 특정한 멜로디가 각자의 의미를 담고 있어, 반복하는 과정에서 주제가 강화된다. ‘제일 불쌍한 놈은 날씨 좋은 날 시험 보는 놈’ 같은 귀에 쏙쏙 박히는 가사들과, 뜨거운 드럼 비트가 땀방울까지 튀겨낼 것 같은 밴드 음의 열기는 훌륭한 보컬들과 어우러져 감탄스럽다.
Down↓선규, 죽은 거야? 그런 거야?
새로 개관한 해치홀의 음향은 만족스럽지 않다. 밴드 음이 울리고 잡음이 들려, 좋은 배우들의 목소리가 깨끗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초반 교실 장면의 매끄러운 음향효과에 비해, 후반부에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눈에 띈다. 선규가 자살 할 때 총소리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입에 줄곧 총구를 넣었다 뺐다 하며, 죽음을 눈앞에 둔 선규의 망설임에 음향효과까지 망설인 걸까.

[뉴스테이지=이수근 (뉴스테이지 대표), 박샘이, 백수향 (젊은 비평집단 독)]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