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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자고 나니 상조 회사가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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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자고 나니 상조 회사가 '증발'"
폐업.매각 뒤 도주 ~공정위"보호 대책 없다"
  • 성승제 기자 bank@csnews.co.kr
  • 승인 2009.07.03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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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 성승제 기자] 부실 상조시장의 뇌관이 터지고 있다.

부실한 상조서비스와 상조업체 난립으로 심각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문을 닫고 잠적한 상조회사 회원들이 만기 납입금을 돌려받지 못해 아우성이다. 잠적한 회사의 회원만 1만여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에 사는 최 모(여.25)씨는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한길상조개발의 폐업으로 만기 납입금 180만원을 날리게 됐다며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이 회사의 회원은 최 씨의 어머니. 최 씨 어머니는 2006년 6월 부산 한길상조개발 회원으로 가입하고 지난 36개월간 매달5만원씩 납부했다.

매달 부담 없는 돈을 납부해 집안에 애.경사가 있을 경우 한꺼번에 목돈을 들이지 않을 수 있고 행사를 치룰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은행처럼 이자는 지급되지 않지만, 3년 만기가 되면 납부한 원금도 모두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직원의 설명에 안심했다.

하지만 3년 만기가 끝난 지난 24일 최 씨 어머니는 또 다른 부산 지역 상조업체인 한신상조개발 직원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길상조개발이 지난 3월 심각한 재정난으로 휴업상태가 됐고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인 한신상조개발과 통합 되었다는 것.

이미 만기까지 납부해 납입금을 환불받으려고 준비하던 최 씨 가족은 깜짝 놀랐다.

알아보니 한길상조개발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고 한신상조개발 측은 만기고객에게 장례식이나 결혼, 칠순 잔치 등 이벤트 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지만 그간 납부한 돈은 되돌려줄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최 씨가 한길상조개발에 연락을 했지만 그 전화번호마저 한신상조개발이 관리하고 있었다.

다급한 최 씨는 한신상조개발을 직접 방문해 “이미 수개월 전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정작 고객들에게는 왜 한마디 통보도 하지 않았느냐? 이런 회사는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이벤트도 필요 없으니 그동안 납부한 원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통보를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우리도 재정난이 있는 기업과 통합이 되면서 납입금은 되돌려줄 수 없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다.

최 씨가 “문 닫은 회사의 회원이 한둘이 아닐 텐데 회원들이  모두 이를 수용하겠느냐”고 되묻자, “수긍하는 고객도 있고 법적으로 대응하는 고객도 있다”태연하게 답변했다.

최 씨가 다시 “한길상조개발을 인수할 때 납입한 돈도 넘겨받지 않았느냐. 그거라도 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4월부터 6월까지의 두 달 요금은 우리가 받았다. 필요하다면 그 돈은 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금액은 한길상조회사에서 관리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무 책임 없다”고 맞받아쳤다.

최 씨는 “부실 상조회사들이 난립해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작 이렇게 졸지에 당한 줄 몰랐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부실한 회사가 나중 행사 서비스는 제대로 해 주겠냐”며 발을 굴렀다.

이에 대해 한신상조개발 관계자는 “지난 3월 16일부터 한길상조개발 회원들을 관리했는데 초기 에는 환급을 요청한 고객들에게 돈을 모두 돌려줬다.

하지만 한 번에 8천여 명 회원들이 해약을 요청해 와 지금은 어떻게 손을 쓸 도리가 없게 됐다”면서 “더 이상 납입금은 돌려주지 못하고 이벤트 서비스를 해준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길상조개발의 회원을 인수한 곳은 우리 말고도 두세 개의 업체가 더 있다. 우리가 전체를 인수합병(M&A)한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지만 3~4개 업체와 나눠서 관리하고 있어 회원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덧붙여 “지금 해약 요구에 모두 응하게 되면  나머지 고객들은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차라리 때를 기다려서 이벤트 서비스라도 받는 것이 고객에게 더 유리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한국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현재 법적으로 소비자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는 없다”며 “회원을 인수한 회사를 상대로 피해구제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상조업 관련 피해 접수 건수는 9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이나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조업체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에서도 269개 업체에 약 276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이들의 납입금 잔액은 약 9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악되지 않은 상조업체까지 포함하면 전체 회원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전체의 60%가 자본금 1억 원 미만으로 영세했고 5곳 중 1곳은 자산에서 부채(고객 납입금 제외)를 뺀 순자산이 전혀 없을 정도로 재무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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