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보고 체계가 허술해 “국내 소비자의 건강이 약물부작용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부작용 보고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외국계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얻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의약품 부작용에 의한 사망·자살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 상반기 180여건이 발생됐다. 이 같은 부작용의 위험성 때문에 각국의 보건의료 당국은 의약품의 부작용 사례를 정확하게 수집하기위해 제도를 촘촘히 정비해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자발적 부작용 신고 제도를 운영하며 의약품재심사제도와 의약품 재평가제도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태 파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부작용신고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식약청이 작년 접수한 의약품 부작용 보고 실적은 2007년 3천750건에 비해 무려 2배나 증가한 7천210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에도 불구 인구 백만 명을 기준으로한 부작용 신고 건수는 75건으로 선진국인 미국 1천597건과 일본 251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WHO평균인 100건에도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부작용 보고 건수로는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어려워 약물을 재평가하거나 재심사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히려 곧이곧대로 부작용을 보고하는 의약품은 부작용의 위험성이 높은 약품으로 찍혀 불이익을 보기가 십상이다.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대표의약품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지난해 상반기 288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매년 가장 많은 부작용을 보고하고 있는 약물이다. 반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인 동아제약 ‘자이데나’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겨우 2건의 부작용만 보고됐다. 성분의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비아그라의 매출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또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삼진제약의 ‘게보린’, 종근당의 ‘펜잘큐’, CJ제약사업본부의 ‘화이투벤’ 등 60여개 의약품의 주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작용보고가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타이레놀이나 비아그라가 다른 의약품에 비해 위험성이 높다기보다 부작용 보고를 충실하게 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 제약사들의 경우 본사 매뉴얼에 맞춰 의약품 부작용 보고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제약시장은 신약보다 특허기간이 만료된 신약의 효능을 본떠 만든 제네릭(복제약)이 전체 의약품의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부작용보고가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계 제약사들은 부작용을 가감 없이 보고해 소비자들로부터 위험한 의약품으로 오인되는 불이익을 얻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의 부작용 사례가 소비자로부터 보고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나 지역약물감시센터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며 “지역약물감시센터를 지속적으로 증설해 사업단 형식으로 통합한 뒤 부작용 신고를 체계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부작용 보고를 장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메디팜 라이브>팀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