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은 ‘제 10회 드림 앤 비전 댄스 페스티벌’의 참가자 18팀 중 우수작 네 팀에 선발되어 ‘제 15회 창무국제예술제’에 참가하게 됐다. 이를 두고 그녀는 꿈을 이뤘다고 말한다. 누구나 꿈의 무대가 있을 것이다. 김여진에게는 ‘창무예술원(포스트극장)’이 그런 곳이었다. 운명인지 예전부터 꾸준히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극장을 드나들며 꿈을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꿈에 그리던 극장이었어요. 운이 좋게도 올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며 기회가 생긴 거예요.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서른이 되기 전에 이루고 싶은 바람들 중에 중요한 것이 이뤄졌어요.”
대극장 보다 소극장이 좋다는 김여진은 ‘창무예술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무용수들의 세밀한 움직임과 숨소리 하나까지 관객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소극장의 매력인 것 같아요. 관객을 감동시키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하잖아요. 제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어요. 그 극장만 생각하며 작업을 했지요. 극장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었고, 좋은 평을 받고 싶었고, 관객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었어요.”

이번 예술제에서 김여진은 ‘흑에서 백으로’라는 주제로 관객들과 만난다. 주위사람들과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던 부분들을 정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대한 검은 모습들을 씻어버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털어내고 씻어내고자 하는 동작이 많아요. 깨끗해지고 싶은 욕구와 욕망을 표현했어요.”
앳된 목소리와 달리 김여진의 춤에는 힘이 있다. 전반적으로 흐느적거리며 부드러운 동작보다는 강하고 재빠르게 낚아채는 동작이 많다. ‘또래 무용가들에게서 보기 힘든 강한 정서를 무대에 뿜어내는 한국창작무용가’라는 평도 받았다. “아무래도 주관적인 개인 성향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20대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 백 프로 신경을 썼거든요.”
흑에서 백으로’에는 익숙하지만 상징성 강한 소품이 등장한다. 먼저 검은 것들(흑)을 의미하는 머리카락 무덤이 나온다. 서로 엉키고 질서 없이 쌓인 머리카락은 마음의 응어리를 연상케 한다. 이 어두움을 닦아내는 소품으로는 하얀 각티슈(백)가 등장한다. “보통 생활 속에서 각티슈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러나 그냥 의미 없이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용도에 초점을 두었어요. 한 올 한 올 위에서 떨어지는 각티슈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몸을 닦지요.” 머리카락 무덤과 각티슈의 상징성이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독특하기 보다는 보편적인 소재와 주제로 관객과 만나는 그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 “한국 사람은 전쟁 등 역사 속에서 한이 많잖아요. 액을 막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저는 강한 임팩트나 제스처로 관객의 눈을 현혹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제 주제 역시 사회적 이유나 놀랄 만큼 신선한 것도 아니지요. 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후회, 부끄러움, 꼬여버린 마음 등을 함께 풀어내고 싶었어요.”

김여진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안무가다. 뚝심 있는 주제와 열정으로 자기 것을 만들어간다.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을 거라는 그녀는 몸이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것을 접해보고 싶다. “지금 만든 작품 속 제 솔로부분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리고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것 외에 외부적 활동을 통해 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늘 연구하며 실험적인 춤을 출거예요. 젊은 만큼 꾸준한 노력으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무가 김여진이 관객들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무용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매우 안타까워요. 그만큼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무용수들의 부담도 크고요. 많은 분들이 대충매체처럼 편하게 느끼며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무조건 많이 오셨으면 해요. 많이 접해야 화두도 되고 관심도 더 가게 되잖아요. 많은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며 느끼고 싶어요.”
‘제 15회 창무국제예술제’는 8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김여진의 ‘흑에서 백으로’는 22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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