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위기로 북한 여성들의 순결ㆍ정조의식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 윤리교육학과 정지영씨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여성의 가치관 변화 연구'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북한 여성의 성의식은 1994∼2000년 `고난의 행군' 시대 이후 급변했다. 고난의 행군 전후 발행된 『조선녀성』과 『조선문학』 등 북한 기관지와 중ㆍ단편소설, 탈북자 증언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고난의 행군'은 국가배급이 중단되고 약 300만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자 북한이 위기 극복을 위해 채택한 구호다.
이 논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여성은 `녀성은 꽃이라네'란 노래가 보여 주듯 국가와 남성이 요구하는 현모양처라는 전통적 역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으며 성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일상생활을 다룬 소설에서조차 성 관련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성적 주제를 터부시하는 북한 사회의 풍조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식량난은 북한 여성들의 성을 하나의 생계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게 정씨의 분석이다.
정씨는 "배고픔에는 사상도 정조도 없었다. 순결의식은 약화하고 성을 생계유지나 부의 축적, 안락한 생활을 위한 도구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ㆍ심화했다"고 강조했다.
매춘과 동거, 사실혼이 급증해 남성들 사이에서 `새것을 찾으려면 탁아소에나 가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순결의식이 사라졌다는 것.
생존이 최고 명제가 되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이나 위법행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당연시하는 등 윤리적 타락 현상도 나타났다는 것.
실제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 기관지에서 여성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현상에 대한 비판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경제난은 북한 여성들이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사고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장사에 뛰어들면서 북한여성들에게도 자의식이 싹텄고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현실주의, 물질주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정씨는 "여성들은 남편 대신 장사에 뛰어들어 가족 생계를 사실상 혼자 책임져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