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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배달'로 주문했는데 세 집 돌고 오네...추가요금 받고도 묶음배달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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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배달'로 주문했는데 세 집 돌고 오네...추가요금 받고도 묶음배달 일쑤
배달원 동시 수행·플랫폼 감시 한계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5.11.04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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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서울 노원구에 사는 구 모(남)씨는 배달의민족에서 ‘한집배달’ 서비스를 선택했지만 배달원이 여러 곳을 들러 예상보다 늦게 도착해 음식이 다 식었다고 호소했다. 구 씨는 “고객센터 연결에도 두 시간이 걸렸다”며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는데도 상담사로부터 ‘다음부턴 안 그러겠다’는 말만 듣고 끝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2 부산 기장군에 사는 류 모(여)씨는 쿠팡이츠 한집배달로 주문했으나 배달 진행 상황을 확인해보니 라이더가 여러 곳을 들러 주문이 도착하기까지 1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류 씨는 “추가 요금을 내는 유료 서비스라 믿고 이용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배달 동선을 확인해보니 이전에도 같은 방식이었던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배달 플랫폼에서 추가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한집배달(단건배달)’ 서비스가 일반 배달과 다를 바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주요 배달 플랫폼은 주문자가 본인 주문만 신속하게 배달받는 유료 서비스 '한집배달'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실제 배달 과정에서 라이더가 다른 매장을 들러 여러 건을 함께 배달하는 경우가 잦아 서비스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반 주문과 묶음 배차를 늘리거나 배달원이 여러 플랫폼 간 동시 수행을 막는 장치가 사실상 전무해 실제 배달 품질은 들쭉날쭉하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한집배달을 선택했는데 한 시간 넘게 걸렸다”, “배달료를 추가로 냈지만 음식이 식어서 도착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는 ‘한집배달’이라는 명칭만 보고 주문 즉시 픽업 및 단독 배송을 기대하지만 실제 서비스 구조는 이러한 기대와 다르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 인식과 플랫폼 논리의 충돌이다. 소비자는 추가 비용을 낸 만큼 자신의 주문이 빠르게 배달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플랫폼은 ‘픽업 후 바로 배달만 이뤄지면 단건 배달로 간주된다’는 내부 기준을 적용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한집배달은 배달 과정에서만 우선 처리될 뿐, 음식 픽업 단계에서는 일반 배달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주문과 동시에 라이더가 자신의 음식만 픽업해 곧바로 출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라이더가 다른 주문을 먼저 픽업한 뒤 한집배달 음식을 함께 받아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플랫폼 업체들은 픽업 후 바로 배송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단건 배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러면 일반배달보다 조금 신속한 배달일 뿐이지 한집배달은 아닌 것"이라며 "용어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배달앱 플랫폼 관리 한계...'한집 배달' 구멍

한집배달 품질 저하의 또 다른 원인은 플랫폼의 관리 한계다. 일부 라이더는 단말기 여러 대를 사용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여러 플랫폼의 주문을 동시에 수행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동시 수행’이라고 부르는데, 특정 플랫폼의 한집배달 주문을 처리하면서 다른 플랫폼 주문을 병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배달 라이더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타사 주문 수행까지 제재하기는 어렵다”며 “동선이 벗어날 경우 경고 팝업을 띄우지만 그 이상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플랫폼은 내부 시스템으로 라이더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지만 다른 플랫폼 주문 수행 여부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시적 팝업 경고나 안내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품질 관리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결국 한집배달 서비스의 본질인 '빠른 단건 배달'이 운영의 허점으로 소비자 기대와 달리 운영되면서 불만과 민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한집배달은 기본적으로 음식 픽업 후 바로 배송지로 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된다”며 “예를 들어 라이더가 여러 매장에서 음식을 픽업하는 과정 중 한 매장의 주문이 한집배달로 지정된 경우 해당 주문을 받은 뒤에는 다른 배달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당 고객에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픽업 순서가 1번 → 2번 → 3번으로 진행되고 한집배달 주문이 3번 매장에서 발생했다면, 라이더는 3번 픽업을 마친 직후 바로 3번 고객에게 배달을 완료한 후 나머지 일반 주문을 처리한다”며 “여러 매장 픽업이 이뤄진다고 해서 서비스 취지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배달플랫폼 관계자는 “한집배달로 주문했는데 여러 곳에 들렀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라이더의 실제 동선을 확인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쿠폰 등 보상 조치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어 “한집배달은 앱 내 배차 정책상 한 건의 배달을 완료해야만 다음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동시에 여러 건을 배차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소비자가 라이더의 운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고객 제보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위반이 확인되면 제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차 앱 ID별 기기 인증, 적격 보험 등록·관리, 현장 계도 등 엄격한 계정 관리 정책을 적용 중이며 단건배달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계약 연장 중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건 배달임에도 여러 곳을 들러 지연이 발생한다면 서비스 신뢰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플랫폼이 거리나 시간 기준 등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단건 배달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한집배달이 약속한 시간 내에 배달된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단건 배달이라고 안내하면서 라이더가 다른 곳을 들러 주문자의 체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플랫폼은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정 거리 이상은 단건 배달로 처리하거나 고객이 예상하는 배달 시간과 실제 소요 시간을 고려해 배차를 설계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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