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어! 벤처기업 산실 코스닥에 벤처기업이 없네"
상태바
"어! 벤처기업 산실 코스닥에 벤처기업이 없네"
  • 최영숙 기자 yschoi@csnews.co.kr
  • 승인 2007.04.24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벤처기업의 산실'인 코스닥시장에서 벤처 열기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코스닥상장 벤처기업들은 최근 두드러진 실적 악화와 함께 수까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벤처기업의 시장 진출 감소, 기존 벤처기업들의 부실화와 이미지 실추, 정책적인 지원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벤처기업들의 시장 내 입지가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코스닥 벤처비중 8년만에 30%대 후퇴 = 24일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에 따르면 23일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 971개사 중 벤처기업은 374개사로 38.5%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 비중이 30%대로 하락한 것은 국내에서 벤처 붐이 처음 일기 시작할 무렵인 1999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기치로 내건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2005년 말 405개사 44.1% 수준까지 늘어났던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은 지난해 말 390개 40.5%로 줄어든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먼저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벤처기업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벤처기업 인증이 만료된 후 인증을 연장하는 기업들이 줄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상장시 일부 요건이 완화되는 혜택 때문에 통상 신규 상장기업 중 상당수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채 시장에 들어오지만, 최근 들어 그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코스닥 신규 상장사가 2005년 70개사에서 2006년 56개사로 20% 줄어든 가운데, 신규 상장 벤처기업은 같은 기간 61개사에서 43개사로 30%나 줄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벤처인증 유효기간이 만료돼 소속부가 벤처기업에서 일반기업으로 변경된 곳은 37개사에 달하지만, 반대로 연구개발기업이나 기술평가보증기업 등의 확인서를 제출해 일반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전환한 곳은 12개사에 불과하다.

코스닥 상장사 수는 연내 1천 개사 돌파를 앞두고 있지만 현 추세로 갈 경우 벤처기업 비중 축소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코스닥 벤처 실익이 없다" = 시장 당국은 지난해 6월 새로운 벤처확인제도의 도입으로 벤처인증 요건이 일부 강화된 것이 벤처기업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관련 요건 강화로 벤처 인증을 연장하지 못한 기업들이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나 관련 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우량 벤처기업들의 유치 부족과 함께 기존 벤처기업들의 전반적인 부실화로 벤처인증 연장에 실패하거나 자진해서 연장을 포기하는 기업들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은 최근 2년 연속 일반기업에 비해 두드러진 실적악화를 보였다.

전반적인 영업부진에 우회상장이나 투자실패로 인한 영업외손실까지 겹치면서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들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평균 89%나 급감했으며, 앞서 2005년에도 평균 52%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횡령.배임, 주가조작 같은 각종 비리에 연루된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IT 버블이 붕괴된 이후 실추된 벤처기업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육성정책에도 불구하고 세제나 금융지원 같은 벤처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적어,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거쳐가며 벤처기업으로 남아 있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벤처기업들에 주어지던 금융사들의 지원이 없어진 데다 세제 혜택도 미미하다"며 "때문에 기업들이 상장할 때는 벤처인증을 받고 싶어해도 막상 상장되고 나면 실익이 없어 벤처 지위를 포기하는 곳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 부처마다 일회성으로 내놓는 정책들의 일관성이 없어 벤처 육성에 대한 말은 많아도 실제로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2004년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이 나왔을 때도 바이오 중심으로 벤처기업들이 잠시 관심을 끌긴 했지만 이후 실제로 시장에 진입한 우량 벤처는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IT, 바이오 산업이 위축된 데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예전 같지 않아 벤처기업이 상장을 하거나 상장 벤처기업들이 벤처 인증을 유지하는 데 따른 실익이 별로 없다"며 "이로 인해 코스닥 벤처들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