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전 유성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사용하던 스마트폰이 파손돼 보험 처리 여부를 확인하려고 SK텔레콤 대리점에 방문했다가 새 단말기 개통이 유리하다는 설명에 계약했다. 그러나 개통 이틀째에 스마트폰 보험으로 새 단말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계약을 철회하려고 했으나 거절됐다. 이 씨는 "대리점에서 '단순 변심으로 인한 개통 철회는 불가능하다'며 제조사에서 '불량 증명서'를 받아오면 해주겠다더라"며 황당해했다.#사례2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6일 KT 대리점에서 삼성전자 Z플립5를 개통했다. 본인은 갤럭시울트라24나 Z플립6를 원했으나 대리점에서 해당 모델보다 Z플립5가 내구성이 좋다고 권유해 따랐다고. 그러나 주변에서 최신 기종이 아닌데도 비싸게 구입했다는 소리를 듣게 돼 대리점에 개통 철회를 요구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답답해했다.
#사례3 천안에 사는 윤 모(남)씨는 지난해 모친이 통신 대리점을 찾아 SK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번호 이동 계약을 체결한 다음날 철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억울해했다. 윤 씨에 따르면 휴대전화 개통이 처음인 모친이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계약돼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었다고. 그는 "대리점에서는 단순 변심 및 상품 개봉으로 계약을 철회해줄 수 없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통신사에서 휴대전화 개통 시 단순 변심으로도 7일 이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사실상 원천 봉쇄해 소비자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관련 법과 기준에서도 일정 조건을 지킬 경우 단순 변심 청약 철회를 보장하나 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하면서 소비자 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실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일단 단말기가 개봉, 개통되면 중고폰으로 전락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마냥 청약철회를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과 현실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업계는 통신사와 대리점, 소비자 모두 수긍할만 한 현실적인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소비자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손쉬운 분쟁 해결 방법은 ①단말기 지급 전 선 개통을 제한하고 ②소비자에게 계약 철회 조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스마트폰 단순변심 환불, 법적으로 보장
방송통신위원회 '2024년 통신분쟁조정사례집'을 살펴보면 서비스 이용계약의 체결·이용·해지 과정에서 발생한 '이용계약' 분쟁 민원이 3180건으로 전체의 35.2%를 차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 체결 22.6%(346건) ▷계약 해지 17.9%(275건) ▷계약 이용 8.5% 130건으로 구분된다.
그만큼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며 '계약'에 민원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중 계약 후 철회 불가가 반복되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높다.
법령에서는 소비자가 단순 변심으로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보장하고 있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 제8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거나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단말기 불량이나 통화품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14일 이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제17조는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통신사는 단말기 포장을 개봉했거나 개통을 완료한 이후에는 중고폰 취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계약 철회를 거절하기 일쑤다. 단말기 포장 스티커를 뜯거나 개통되면 이미 사용한 기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일선 대리점에서는 제조사에 '불량확인증'을 받아오면 개통을 취소해주겠다는 등 편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경우 제조사에 단말기를 반품하면 돼 통신사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위 법에서도 공통적으로 '소비자 책임으로 재화 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철회가 거절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대법원에서는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개통 후 철회를 제한하는 약관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업체에서 청약철회를 제한하는 재화 훼손 단서가 의미가 없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대법원은 청약철회권 행사 제한 행위 부분에 대해 “회선 개통 후 이동통신서비스의 일부가 사용 또는 소비돼 소멸돼도 서비스 계약에서 제공 예정인 전체에 비하면 상당히 적어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이동통신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소비자는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를 상대로 아직 제공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서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할부거래법에 따라 "할부 판매로 계약한 경우 계약 후 7일 이내라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SKT, KT 고객센터 "단순 변심 환불 불가"...LG유플러스만 '가능'
통신업계는 "원칙은 7일 이내 철회가 가능하지만 대리점에서는 개통 이후에는 단말기가 중고로 취급돼 개통 철회가 안 된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사 대부분 대리점, 판매점 측 일탈인양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실상 통신 3사도 마찬가지다.
실제 LG유플러스를 제외한 SK텔레콤, KT 등 고객센터에서 문의한 결과 기본적으로 단순 변심에 의한 개통 철회는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통화 품질 불량 ▲기기 불량일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SK텔레콤 고객센터는 "개통일 포함 15일 내 주요 생활지(주민등록지, 요금 청구지, 직장 소재지)에서 통화 품질 불량이 확인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 고객센터도 "단말 불량 또는 통화 품질 불량일 경우 개통 취소가 가능하다"며 "신규 가입 또는 우수 기기 변경한 날짜 기준으로 15일 이내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번호이동의 경우 당일 포함 15일 이내에 통신사에 철회 의사를 밝힌 뒤 환불 처리하고 철회일을 포함한 4일 이내로 이전 통신사에 별도로 개통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진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박스를 개봉하고 개통해 계약을 철회할 수 없다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철회 가능 기간을 고지하지 않았을 시에는 불완전 판매에도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법이 현실에서 적용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의견과 실제 단순 변심 반품 거절 시 소비자가 구제받을 방법에 대해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다만 관계자는 "개통 철회 관련 민원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분쟁 조정 신청 시 신청자와 사업자의 의견을 받아본 후 위원들이 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한쪽이 수락하지 않는다면 조정 자체에 효력이 발생하진 않을 수 있다고 밝혀 결국 업체에 이를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