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민재 기자] 지난달 '나영이 사건'이 인터넷을 강타했다.
술 취한 50대 남성이 한 여자어린이를 성폭행해 일생을 불구로 살게 한 참혹한 사건이었지만 재판부는 가해자가 재범임에도 불구 만취 상태인 ‘심신미약’이라는 점을 들어 '가벼운' 12년형을 선고했다. 가해자는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이 벌겋게 달구어졌다. 다음 ‘아고라’와 네티즌 블로그에서 시작된 분노와 성토는 급기야 언론 보도를 촉발시켰고 관계당국은 뒤늦게 부랴부랴 관련법 강화에 나섰다. ‘사후약처방’이 따로 없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8살 어린이와 가족들의 억울함은 하소연조차 못하고 잊혀질 뻔했다.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도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민원 해결 의지를 밝히는 일부 업체의 사후처리 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 제보를 올리는 소비자들은 제품불량 등 물질적인 피해보다 업체의 안일한 응대방식이 야기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많이 호소한다. 전화를 해도 전혀 연결되지 않아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어야 하고 홈페이지에 불만글을 올려도 1주일 10일 지나도록 아무 응답이 없어 '계란 바위치기'같은 느낌이 든 소비자들이 결국 찾는 곳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다.
고객 만족이 기업들의 경영 모토가 된 지 오래지만 최근의 기업 행태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홈페이지에 고객 게시판을 대부분 없애 버리고 안티 도메인을 모두 사들여 아예 소비자들의 불만 토로 창구를 없애버리고 있다. 불만이 있어도 밖으로 표출이 안되면 된다는 안일한 오산을 하는 듯 싶다.
그러나 소외당한 소비자들이 그냥 그렇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인터넷과 언론에 억울한 하소연을 남기고 감독기관에도 신고한다. 언론이나 감독기관이 나서고 나서야 부랴부랴 해결의 묘수를 찾지만 이미 때가 늦다. 한번 등 돌린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조속히 해결하거나 미연에 방지했으면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언론보도를 통한 뒤늦은 사과에 진심이 느껴질 꺼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비자들은 단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문제가 된 부분을 보완하고 예방하는 업체를 바랄 뿐이다.
"제대로된 사과만 했어도 일을 키우지 않았을 것인데..."란 제보자의 하소연을 보노라면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