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세~타~악”하며 외치던 세탁소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어 본적 있다. 대형 세탁소의 등장으로 듣기 어려워 졌지만, 대학로에 오면 정겨운 “세~타~악”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로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제목만 보면 ‘세탁소를 습격한 연극(?)’인가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며 스팀이 뿜어져 나오는 다리미,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기, 허름한 세탁소 안을 가득 메운 옷은 사람들의 삶도 함께 걸려있다. 각박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이 작품이 관객에게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 소시민들의 삶은 고스란히 담은 세탁소
소시민들의 삶의 찌든 때를 말끔히 빨아주며, 아버지를 대를 이어 3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강태국은 옷 하나도 소중히 다루는 착하고 근면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또 그의 아내는 자식을 해외로 어학연수 보내고 싶지만 여유가 넉넉히 않은 삶 때문에 안타까워하며 힘든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쪽팔려서’ 학교 못 다니겠다며 유학 보내달라고 당연하다는 듯 얘기하는 딸의 모습도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이들 부부 세탁소에는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세탁소를 다녀간다. 40년 전에 집을 나갈 때 어머니의 옷을 맡겼는데 지금까지 잘 간직해 두었다가 찾으러온 불효자가 용서를 빌며 희망을 얻어가고, 가난한 배우지망생에게 의상 대여실로도 통한다.
또, 카드 빛 때문에 세탁공장에 옷을 빼돌리는 날라리 배달 맨 염소 팔에게는 삶의 현장. 당당하게 옷을 훌렁 벗어버리고 세탁한 새 옷으로 갈아입는 술집아가씨에게는 탈의실, 똥 묻은 옷 보따리와 더불어 웃음보따리 까지 함께 가지고 오는 간병인 아줌마의 세탁실이기도하다. 또한 노부모의 유산을 챙기러 몰래 침입하는 삼남매까지…
이들로 인해 세탁소는 아수라장이 된다. 세탁소 주인 강태국은 옷이 아닌 때 묻은 이들의 때를 빼기로 마음먹고 사람들을 모두 세탁기안에 넣어버린다. 하지만! 검은 옷을 입고 세탁기 안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다치기는커녕 흰옷으로 갈아입고 깨끗한 마음으로 세탁된 듯 보인다.
- 세상에게 말하는 메시지 ‘내가 세탁해야 할 것은 네가 아니라.. 네 주인의 마음인데.’
곧은 신념으로 세상과 맞대응하며 자신만의 소신을 지켜 나가는 주인공 강태국은 어찌 보면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삶에 찌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우리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 또 그처럼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을 대리만족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세습>은 일상 속의 서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옷을 세탁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러워진, 사회에 찌들어 얼룩진 사람들의 마음을 세탁하는 세탁소이기도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살아가는 요즘, “세탁소”란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간직하며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것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연극에서만이 아닐까 싶다.
한편,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2010년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도 현대 창작 희극 중 유일하게 교과서에 수록될 예정이다.
[뉴스테이지=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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