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스카니아코리아가 2004년부터 3년 동안 판매해 온 스카니아4시리즈 25.5톤 덤프트럭에 엔진오일분리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제작결함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스카니아코리아 측은 오일분리기가 내장형으로 설치돼 있으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의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는 춘천시 석사동에서 건설기계 대여업을 하고 있는 전 모(남.41세)씨 형제로 스카니아4 덤프트럭, 트랙터 등 총 10여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스카니아4시리즈 덤프트럭은 스웨덴 스카니아사가 제조한 차량으로 국내에서 5천대 이상이 판매됐다.
2004년 1억5천만원에 새 차를 구매한 전 씨 형제는 길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엔진오일에 의문을 갖고 국토해양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틀 주행에 0.5리터 가량의 오일이 누출됐다.
국토해양부 측은 '스카니아코리아 측에 확인한 결과 엔진오일 누출과 관련한 민원이 제기된 적 없었다'면서 '비용 부담이 있어 제작결함조사를 섣불리 진행할 수는 없다'라고 답변했다.
납득할 수 없었던 전 씨는 감사원에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교통안전공단 박 모 책임연구원은 감사원으로 '스카니아4 덤프트럭에서 유출되는 오일의 양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제작결함이 아니다'라고 보고했다.
감사원 측은 전 씨에게 '박 연구원의 보고서가 잘못됐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보여야 한다'면서 '추후 엔진을 분해해보고 잘못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면서 민원 종결을 알려왔다.
그러나 전 씨는 "어떻게 차량 상태를 보지도 않고 '문제없다'라고 보고할 수 있냐"고 분개했다.
결국 전 씨는 2005년부터 주차브레이크 문제로 스카니아코리아 측과 진행해 오던 민사소송에 오일 누출 문제를 결부시켜 법의 힘으로 차량 제작결함을 밝히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전 씨는 오일 누출이 엔진에 오일분리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임을 알게 됐다. 같은 차량을 사용하는 동료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탐문조사를 통해서였다.
스카니아4시리즈는 2004년 7월 개정된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블로바이가스를 엔진에서 다시 연소시켜 대기오염을 줄이도록 설계된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때 오일분리기가 없으면 블로바이가스가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엔진오일이 분리되지 않고 엔진 흡기관으로 흘러 터보차저, 인터쿨러, 실린더라이너를 거치며 차량 주행성능 하락시킨다.
실제로 스카니아4 덤프트럭을 운행하는 J(남.33세)씨 역시 엔진오일이 인터쿨러로 흘러들어 주행 중 엔진 시동이 꺼지는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박 연구원은 2009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스카니아 자동차 현장 실태조사 보고서' 자료에서 '품질문제는 정부에서 리콜조치해 줄 수 없는 문제'라고 보고하며 전 씨의 리콜요청에 '불가'의 입장을 견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전의 스카니아4 덤프트럭에는 내장형 오일분리기가 설치돼 있으며, 엔진에 있는 PCV밸브의 다이어크램이 그 역할을 한다. 2005년 이후에는 외장형 오일분리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전 씨는 "PCV는 엔진내부에서 블로바이 가스 배출을 조절하는 단순 밸브일 뿐"이라 반박하며 "게다가 2007년까지 팔린 4시리즈 차량에서도 오일분리기는 설치돼 있지 않다"라고 분개했다.
이와 관련 전 씨는 오일분리기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엔진분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다시 한 번 국토해양부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거절당했다.
전 씨는 "오일분리기가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 기관이 엔진분해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작성했던 보고서가 확실하지 않음은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자동차관련법에 따라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시키는 것은 형사고발 대상인 데도 국토해양부 측이 고발은 커녕 오히려 제작사 측 손을 들어주며 소비자를 기망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카니아4 덤프트럭의 엔진. 전 씨는 오일분리기가 설치되지 않아 엔진오일이 누출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부품에 하자가 있다면 리콜 조치할 수 있지만, 어떠한 부품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다"라면서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마당에 하나의 민원을 두고 정부기관이 끌려 다닐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에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엔진을 분해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안내한 것"이라고 답했다.
스카니아코리아 관계자는 "전 씨의 스카니아4 덤프트럭이 출시됐을 당시엔 내장형 오일분리기가 탑재돼 있다. 다만 2005년 출시된 R시리즈의 필터로 오일을 걸러내는 외장형 방식에 비해 오일분리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를 두고 오일분리기가 없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5천대 이상이 팔린 4시리즈는 벌써 리콜이 실시됐을 것"이라며 "올 2월 대법원의 판결까지 '문제없음'으로 결정 났는데 어떻게 더 검증하고 설명해야 전 씨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2007년도 4시리즈 덤프트럭 또한 오일분리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4시리즈에 외장형 오일분리기가 적용된 것은 유로4 모델부터로 2007년 하반기부터 판매가 시작된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2005년 언급은 트랙터에 적용된 시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