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대에서 태극기 올라가는걸 보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았어요"
무명 선수에서 일약 양궁 월드컵대회 금메달리스트로 호칭이 바뀐 이혜연(26.토지공사)은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태극기 얘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혜연은 6일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열린 양궁 2차 월드컵 여자 개인전에서 나탈리아 에르디니예바(러시아)를 112-111(120점 만점) 1점차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하면 제대로 선수 대접을 받지 못하는 양궁에서 여자 국가대표 8명 안에 한 번도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에 한 번도 실감하지 못했던 '태극기 올리는 기분'을 이번에 처음 느껴봤다는 뜻이다.
양궁 경력이 짧지도 않다. 공주 교동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6년간 양궁 활을 잡았다.
강남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대학부 1-2위를 벗어나지 않는 기대주였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2003년 말 토지공사에 '입도선매'를 당했다. 하지만 실업팀에선 유독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국가대표에 들어간 적이 없다 보니까 국제대회 경력도 2004년 2월 토지공사 팀에서 아시아그랑프리 대회에 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전무했다. 국내대회에선 가끔 1, 2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1차 선발전 겸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122명 중 104위까지 처졌다.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도 국가대표팀이 평가전을 치르는 바람에 '대리 출전' 기회를 얻어 겨우 출전했다.
그 대회에서도 기대주는 팀 후배 김유미(21)였다. 그 김유미를 8강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에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욕심은 한이 없다고 했던가. 양궁 월드컵을 '작은 대회'라고 묘사하는 이혜연은 어느새 내년 베이징 올림픽 시상대를 마음에 그리고 있었다.
"전에는 막연히 '나도 언젠가 국가대표가 돼서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라는 꿈만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요. '작은 대회'에서 '약간의 경험'을 해봤으니까 이제는 나도 '올림픽 금메달을 따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 발쯤 다가선 것 아닌가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