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유족연금 순위 지정을 둘러싼 분쟁이 빈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가 남긴 유족연금과 퇴직금을 찾기 위해 새 어머니와 법정소송을 준비 중인 사연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보자는 특히 국민연금법에 유족연금의 1순위로 배우자가 지정된 것과 관련해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올해 1월 어학연수를 떠났던 광주광역시 김 모(남.26세)씨는 2월 경 아버지가 악성 흑색종(피부암) 말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전해 듣고 급히 귀국했다. 상황을 탐문해보니 아버지는 2007년 6월 이미 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까지 받았으나 새 어머니가 이를 가족들에게 숨겨온 것을 알게 됐다.
주치의는 당시 본인인 아버지와 보호자인 새 어머니에게 암 판정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근무했던 아버지는 5년 전 새어머니를 만나 재혼했다. 아버지 슬하에는 이미 김 씨와 여동생이, 새어머니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광주에서 학교와 직장생활을 하며 따로 살고 있던 김 씨와 여동생은 집안의 세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고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새어머니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암 진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어머니는 돌변했다. 김 씨에 따르면 건강이 악화된 김 씨 아버지가 올해 1월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1억3천만원을 새어머니의 통장 등으로 빼돌렸고 아버지의 암 진단 사실도 자신은 몰랐다고 발뺌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결국 항암치료를 받던 중 결국 지난 11월 15일 숨을 거뒀다.
김 씨 아버지의 작고 이후 새어머니는 가구 집기 등을 챙겨 행적을 감췄고 3일장이 끝나자 몰래 병원을 찾아 사망진단서를 떼어 국민연금공단에 유족연금을 신청했다.
김 씨는 "새어머니의 배신으로 아버지가 이혼소송을 진행했으나 돌아가시면서 백지화돼 현재 유족연금의 1순위 자가 배우자, 즉 새어머니가 됐다. 공단에 수차례 찾아가 이러한 사정을 설명했지만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분개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유족연금을 받는 순위는 배우자→ 자녀→ 부모→손자녀→조부모로 정해져 있다. 예외 조항이 있으나 배우자가 1년 이상 실종되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국민연금법은 구시대적인 법으로 의붓 부모들의 횡포로 인해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씨 측은 유족연금은 달리 손쓸 방법이 없어 새어머니를 상대로 아버지의 퇴직금에 대한 재산분할소송을 준비 중이다.
유족연금과 관련해 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 박사는 "국제적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움직임이 있는데 특히 의붓 가정에서 문제가 많아 외국에서는 아동연금 또는 고아연금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도입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번 보고서에서 제안했는데 정책적으로 수용되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유 박사는 "다만 이 경우는 유족의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만 한하고 성인들의 경우 유족 범위가 넓어 분쟁소지가 많기 때문에 순위를 정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된 이래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가입자, 사용자 및 국가로부터 일정액의 보험료를 받고 이를 재원으로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장애연금 등이 지급되고 있다.
이 중 유족연금의 경우 대가족제도 하에서 아버지는 일을 하고 어머니는 자녀양육과 가사 일을 했기 때문에 부부 중 한명이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가 자녀의 양육과 가계를 책임지는 전통적, 상식적인 차원에서 배우자가 1순위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