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배민커넥트 라이더나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들 사이에서는 헬멧에 소형 카메라를 다는 것이 사실상 관행처럼 번지고 있다. 배달을 정상적으로 완료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라이더가 사비를 들여 액션캠이나 블랙박스를 구매해 장착하는 것이다.
문 앞에 음식을 두고 가는 비대면 배달의 경우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고객의 별도 요청이 없거나 주류가 포함된 주문은 대면 배달이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 연말연시 홈파티 수요가 늘면서 주류 배달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라이더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에 고객의 얼굴은 물론 신분증까지 함께 촬영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시각이 다르다.
음식이 정상적으로 전달됐음에도 받지 못했다거나 음식이 하나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라이더가 먼저 의심받는 구조라는 것. 일부 라이더들은 “이른바 ‘배달 거지’라 불리는 악성 소비자 때문에 액션캠은 사실상 필수”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상에는 헬멧 액션캠이나 바디캠 장착 방법을 공유하는 글도 다수 올라와 있고 일부 배달기사 커뮤니티에서는 한 달 사이 관련 게시글이 수십 건씩 업로드되기도 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들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준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모두 라이더 교육 과정에서 ‘문 앞 음식 사진 외 촬영 금지’를 명확히 안내하고 있으며 라이더 앱에 탑재된 배달 완료 사진 기능 역시 전송 이후에는 저장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목적에 반하는 방식으로 고객이나 업주를 촬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라이더 교육 시 분명히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이더가 개인 비용으로 구매한 장비를 착용하는 것까지 플랫폼이 하나하나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법적 판단 역시 복잡하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개인정보 수집·이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고객이 직접 찍힌 상황을 인지하고 문제가 발생한 이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가 근로자로 직고용된 형태인지, 프리랜서 등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는지에 따라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라이더가 개인정보를 직접 수집·관리·이용하는 주체가 아니라면 업무상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를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스스로 또는 타인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법인·단체·개인’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라이더가 촬영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개인정보처리자로 분류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 배달 과정에서의 촬영 행위는 업무상 개인정보 처리로 명확히 보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해당한다”며 “촬영 자체만으로 법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보다는 실제로 개인정보가 저장 및 유통되거나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