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사외이사제도 개선 등 금융권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방침을 밝힌 가운데 종합검사를 앞둔 KB금융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번 검사가 강정원 회장 내정자를 겨냥한 '보복성' 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검사의 정당성에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예고하며 이례적으로 고강도 사전검사까지 실시했다. 실제로 검사기간과 인원이 통상보다 몇 배가 넘고 PC 봉인, 강정원 은행장 운전기사 조사, 사외이사 재검사 등 총구를 정조준한 느낌이 들게 하고 있다.
KB는 앞으로 정부의 거센 압박과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사외이사제도의 정치적 변질 등 두마리 토끼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를 맞고 있다.
정부에 밉보인 KB, 보복성 수사 논란 증폭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KB금융 부서장급 12명의 개인 컴퓨터를 봉인하고 사외이사 관련자료와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내역서, 차세대 전산센터 자료,커버드본드(유동화증권) 발행 과정 자료 등을 확보하는등 압수수색에 필적할 만한 고강도 검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은 앞으로 사외이사들의 비리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계좌추적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순수한 목적의 사전검사로 보는 이는 드물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강정원 은행장을 겨냥한 표적검사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정부가 밀던 인사가 사외이사들에 의해 밀려나고 강 행장이 인선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시각이다. 강 행장에 대한 비리 정황이 없는 데도 운전기사까지 조사한 점과 과거 조사를 받았던 사외이사에 대해 또 다시 재검사하는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한 금감원에서 사전조사 이후 언론에 일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비리혐의가 포착됐다고 밝힌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역시 표적 의혹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사전검사에서 IT투자와 관련해 일부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부적절한 권한행사와 비리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KB금융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사태해결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 내정자나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압박에 따른 사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검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좋은 결과를 얻는 게 급선무"라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사퇴설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론에 나온 게 전부"라고 말했다. 강 회장 측은 사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외이사 비리혐의 부분은 지난 해 2월,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IT용역계약과 지급보증 건이 문제가 됐고 특히 IT계약 건과 관련된 일부 인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했지만 조사를 통해 종료된 사안이다. 때문에 KB내부에서는 이미 조사했던 사안을 또 다시 재검사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관치금융 지적에 금감원 '오해' 불끄기
금융당국도 표적검사, 관치금융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근거없는 상상"이라고 일축하면서도 곤욕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지주팀 관계자는 "1월 중순 본 검사에 앞서 3일간 3~4명의 인원이 나가 사전자료를 제출받은 게 다다"며 "본 검사가 끝나면 공식적인 코멘트가 있을 덴테 언론에서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총괄팀 관계자도 고강도 수사의혹에 대해 "상당부분 오해"라며 "적법절차에 따라 사전검사를 진행했고 기간이나 인원도 업무일환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PC는 압수한 게 아니라 자료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봉인한 것이고 행장의 운전기사도 준법감시인(전직 비서실장)이 입회한 가운데 개인 업무와 관련해 면담조사를 진행했다"며 "올해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 등도 조사할 때 강도가 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정기적으로 2년에 한번씩 금융권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하는데 이에 앞서 방향과 대상을 정하는 준비단계로 통상 3~4일에 걸쳐 자료를 수집한다. 금감원은 검사기간 동안 금융기관에 상주하면서 한 달 정도 검사를 진행한다.
금융당국의 매서운 칼바람 속에 위기를 맞은 KB금융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종합검사 결과가 나오는 내년 2월 경 KB금융은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