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동갑내기 치매 사돈 돌보는 69세 할머니
상태바
동갑내기 치매 사돈 돌보는 69세 할머니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5.25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매 시어머니를 병시중하는 딸을 돕기 위해 동갑내기 사돈을 지극히 돌보는 할머니가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곽윤생(69.경남 밀양)씨는 치매에 걸린 사돈 홍종균(69.여)씨를 돌보러 일주일에 닷새 이상은 울산의 딸 집에 와 산다. 딸 이옥희(36)씨의 시어머니인 홍씨가 15년 전부터 뇌경색을 앓아오다 2년 전 쓰러진 뒤부터 치매 증세가 와 현재 거동도 제대로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밀양의 구석진 시골마을에 사는 곽씨가 울산으로 오려면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한다.

관절염 등으로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곽씨가 울산시 동구 전하동의 딸 집을 오가게 된 것은 올해 2월부터.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면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딸이 안쓰러워 보다 못한 곽씨가 딸 집에 와서 일주일의 대부분을 보내기 시작했다.

"딸도 딸이지만 무엇보다 늙은이 서러운 심정은 같은 늙은이가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고 곽씨는 25일 말했다.

곽씨는 사돈이 대소변을 볼 때 도와주고, 밥을 떠먹여 주고 밤에는 잠도 함께 잔다. 겨우 한발씩 떼는 정도인 홍씨와 함께 주말에 산책 나가는 것도 그의 몫.

"사돈의 옛 모습을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사무치는지. 이 양반이 얼마나 품위있고 인물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딸이 결혼하던 1998년 당시 사돈 홍씨는 중학교 교감으로 지내다 퇴직한 상태였다. 당시 그의 눈에 사돈은 "둘도 없이 멋진 인텔리 여성"이었다고.

그렇게 멋있고 딸에게 잘해준 사돈이 하루 아침에 말도 거의 못하고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신세가 되다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남의 일이 아니었던 것.

요즘 홍씨도 사돈 곽씨가 밀양으로 가 있는 동안은 더듬거리는 말로 "왜 안오나, 왜 안오나"하며 사돈을 찾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어디를 가든 손을 꼭 잡고 다닌다. 이달 초 딸 이씨가 사는 아파트 부녀회에서 마련한 온천관광에도 함께 가서 곽씨는 사돈을 정성껏 씻겨 주었다.

곽씨는 "사위가 효자상까지 탈 정도로 어머니한테 잘하는 사람이고 내 딸도 마찬가지인데 자식들이 하는 것에 비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사돈에게 힘이 돼주는 것이 함께 인연을 맺은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그의 사돈을 돌보는 지극한 정성으로 인해 두 집안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지난 5일 이씨의 시댁과 친정 양쪽 가족들은 모두 모여 1박2일로 여행까지 다녀왔을 정도.

곽씨는 사돈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앞으로 거동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사돈을 도울 테니 오래 오래 사시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