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유럽에서 퇴출된 비만치료제 '리덕틸'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처방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약 부작용이 제대로 모니터링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 중대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방이 중단되지 않아 보건당국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시부트라민 성분 비만치료제 안전성 논란
유럽의약품청(EMEA)은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의 사용이 혈압상승, 심박수 증가 등 심혈관계 부작용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판단하고, 제약사 애보트에 유럽내 판매중단을 권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뒤따라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 처방 및 조제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시부트라민 제제의 퇴출여부는 EMEA의 임상시험 최종결과보고서가 나오는 3월에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식약청의 대응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시부트라민에 대한 심혈관계 위험성 논란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식약청이 이제야 허둥지둥 안전성 검토에 들어갔다"고 맹비난했다.
건약에 따르면 시부트라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당시부터 혈압상승이나 심박수 증가의 위험성이 지적돼왔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시부트라민을 복용하던 환자 약 400명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됐으며, 이중 19명은 심장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2001년부터 2003년 사이에는 시부트라민을 복용하다가 30명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더욱이 영국에서 2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에서만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103건으로 보고됐다.
부작용 보고가 잇따르자 EMEA는 시부트라민의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한 임상시험(SCOUT)을 진행해 판매중단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 유럽發 안전성 논란…국내도 '들썩'
의약품 관리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에서 시부트라민의 안전성 논란이 판매중단으로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이어 대한비만체형학회는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경우 시부트라민 제제를 처방해도 무관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비만학회는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심혈관 질환의 병력이 없는 경우 제품에 첨부된 사용설명서에 따라 처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FDA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심혈관 질환자를 투여 금기 대상으로 분류해 처방되고 있기 때문에 시부트라민 제제의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비만학회는 유럽에서 시부트라민을 퇴출시켰던 임상시험이 통상적인 투여 기간보다 길었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통상 3~6개월을 투여하지만 이 임상시험은 5년에 걸쳐 이뤄진 것. 비만 전문의들은 임상시험 연구대상자 대부분이 시부트라민 제제 고위험군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심혈관계 위험성이 없는 비만환자는 2년까지 사용해도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약은 "국내에서 시부트라민에 대한 중대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의약품 부작용 보고체계가 허점투성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일축했다.
시부트라민 제제가 비급여 의약품이고 향정신성의약품도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인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 방침대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설명서대로 처방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 리덕틸 등 비만치료제 시장 지각변동
제약업계에서는 만일 식약청이 시부트라민 제제의 판매중단을 결정할 경우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시부트라민 제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안전성 논란으로 퇴출은 아니더라도 시부트라민 제제 시장 점유율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부트라민 제제를 대표하는 '리덕틸'의 점유율이 축소될 경우 '제니칼(한국로슈)' 등 오르리스타트 제제가 부상할지도 주목된다. '제니칼'은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과 달리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지방병변 등 부작용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또 시부트라민 제제의 대안으로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 향정신성의약품이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식약청에서 강력하게 처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 제제가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했지만 앞으로 식약청의 결정에 따라 '리덕틸(한국애보트)', '슬리머(한미약품)', '실크라인(종근당)', '엔비유(대웅제약)' 등 비만치료제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