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위 기부금 영수증 구매를 문의하는 게시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지희 기자]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불법 세금공제를 받기 위해 가짜 기부금 영수증 매매 행위가 또 다시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자선단체와 국세청 간 정보망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기부금 내역의 파악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사례비를 내고 허위기부금 영수증을 구매하거나 기부금 영수증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세금을 착복하고 있다.
실제로 주부들이 생활정보를 공유하는 M커뮤니티와 재테크 전문A 카페에는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얻고자 문의하는 게시 글과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경 아이디 m******는 ‘연말정산 서류 준비 중인데 기부금 어떻게 하나요? 돈 주고라도 끊으려고 하는데 아는 곳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작년에 소개받아 기부금 돈 주고 끊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대놓고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끊을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게시 글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12월 아이디 j*****는 ‘기부금을 끊어야 하는데 다니는 절이 따로 없다. 혹시 기부금 끊을 수 있는 절이나 정보 있으면 쪽지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부산부터 여러 곳을 알아봤으나 잘 안 해준다. 지금 다른 곳에 부탁을 해뒀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처럼 매년 연말정산 시즌마다 허위 기부금 영수증 매매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찰, 교회 등의 종교단체와 자선단체 등 비영리법인과 국세청 간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과세당국이 정확한 기부금 관련 자료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꼽을 수 있다.
신용카드, 의료비, 보험료 등 실질적인 거래 증빙이 있어야만 공제가 가능한 항목과 달리 기부금은 서류위조나 영수증 발급이 수월해 세금 공제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다.
사찰과 교회 등에 기부할 경우 자동이체 내역이나 금액이 확인되는 증빙 자료가 있어야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종교단체 관계자가 관련 내용을 몰라 편법으로 금액을 부풀리기도 한다.
작년 9월에는 110억 원에 달하는 연말정산용 소득공제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한 종교단체가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광양의 모 사찰은 2006년부터 4년간 100만 원~ 500만 원짜리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약 4천여 명에게 발급했다. 이들은 건당 사례비로 2만 원~5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찰스님 문 모(41세)씨는 “몇 해 전부터 신도들의 부탁을 받아 기부금영수증을 발급 했다. 이런 사실이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허위 기부금 영수증 관련 단속이 강화되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납세자의 책임의식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기부문화가 조성되고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이런 불법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연말정산시 소득공제를 많이 받기 위해 기부대상 기관으로부터 실제 기부금보다 많은 액수의 영수증을 발급받거나 이런 영수증을 사고파는 일부 불법적 관행을 고치기 위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