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유별난 사람들 한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함께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어떤 주제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게끔 만드는 사람, 입을 벌어지게 만드는 행동과 요상한 말투, 해괴한 옷차림, 무엇이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질려버리게 만드는 등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어느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이 땅에는 겨우 발만 붙이고 있는 것 같은 종족. 그들은 예외의 부류로 구분돼 따돌림 당하기 십상이다. 어느 누구와도 소통되지 못하는 그들은, 그렇다면 누구의 이해를 받는단 말인가. 결국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당신은 유별나지 않아 그들을 따돌리며 ‘평범한’ 많은 이들과 소통되고 있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 억울한 유코의 일생

유코는 사람들과의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 타인의 말을 쉽게 믿고 의지함에도 정작 스스로는 이해받지 못한다. 그녀는 ‘좀 유별난’ 자신의 상태에 집착하며 반복해 묻는다. ‘그건 무슨 뜻이야? 진짜야? 나 이상해? 비정상이야? 프로이드는 뭐라고 해?’ 유치원 선생님은 판다인형을 가져오는 그녀에게 결국 화를 냈고, 진짜 남극에서 가져온 돌멩이는 유코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사랑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었고 외톨이가 됐다. 이 비정상적인 사회가 유코에게 물려준 결핍이 그녀를 집착하게끔 만들었다. 유코는 언제나 ‘진실’을 듣기 위해 끊임없이 묻는다. 그러나 유코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솔직하지 못하다.
- 억울한 유코의 미래

이상한 여자 유코의 가정은 결국 파국을 맞게 되고 유코가 매미 찾기를 포기한지 3일 후 떨매미는 실제로 발견됐다. 유코는 더욱 더 억울해졌고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떨매미로 떠들썩해진 마을 사람들은 유해한 약물 유출로 인해 마을이 유명해졌다며 좋아하나 사람들이 외부로의 출입을 삼가자 다시 시들해졌다. 무료한 일상에서 자극을 찾으면서도 매 순간 황당할 만큼 진실했던 여자 유코를 비정상으로 몰고 갔던 사람들, 그리고 그 틈에서 끊임없는 질문만을 반복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여자 유코. 연극 ‘억울한 여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 묻는다. 끈질기게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듯 끈질기게 희망을 찾는 여자 유코는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연극 ‘억울한 여자’는 진실한 유코를 영웅으로 만들거나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유코는 ‘솔직한’ 새 애인과 다시 미래를 이야기하며 행복해한다. 그러나 극은 다시 집착하는 유코로 인해 당황하는 남자의 표정으로 막을 내린다. 그녀는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연극 ‘억울한 여자’는 수다를 떨며 자극을 찾는 이중적 마을 사람들을 조용한 카페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이 기막힌 이야기를 너무도 뻔뻔하게 펼쳐 보인다. 배우들 역시 능글맞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억울한 여자 유코를 연기한 배우 이지하는 유코가 무엇을 원하며 갈구하는지 정확히 간파했다. 때문에 그녀는 한없이 억울해보였다. 자, 이제 당신도 유코처럼 매 순간에 솔직해져보자. 그러면 당신은 비정상으로 몰릴 것이며 억울한 여자, 혹은 남자가 될 것이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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