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판매원은 공짜ㆍ 무료라고 소비자를 현혹한뒤 한 달쯤 있다가 무료통화권과 함께 슬그머니 입금청구서를 보낸다. 이같은 통신판매 대상은 주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순진한' 시골 소비자들이다.
심지어 유명 제약회사의 제품이라며 유통기한이 지난 건강보조식품을 대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식품의 유통기한은 대개 2년으로, 잘 못 먹으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방문판매의 경우 소비자의 약점을 집중 '공격'해 꼼짝 못하도록 한 뒤 계약서에 사인하도록 만든다. 계약이 끝나면 바로 그 자리서 제품의 박스를 뜯어 반품을 못하도록 만드는 수법을 취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과 한국소비자원 등에는 이같은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피해ㆍ 불만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사례1=소비자 박민희(여·23·강원 고성군 거진읍)씨는 지난 2004년 초 방문판매원으로부터 일진제약의 ‘우먼바란스’란 건강보조식품을 99만8000원에 할부구입했다. 군청에서 근무할 때였다.
판매원은 작은 통 20개를 쇼핑백 안에 대충 담아 주었다. 한 달 정도 먹은 뒤 제품에 대해 알고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다. 전혀 나오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지내오다가 며칠 전 그 제품을 만든 제약회사 사이트에 소비자상담을 하니 2004년에 만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라고 답변했다. 또 섭취를 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 두라고 말했다. 한 달 정도만 먹고 안 먹은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사실 그 제품을 먹고 어지럼증과 두통까지 앓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75만원을 물고 24만8000원이 남은 상태다.
박 씨는 “정말 어이가 없다”며 “여성 건강보조식품이 정품인지, 가짜라면 7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며 본보에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일진제약 관계자는 “우먼바란스란 제품은 2004년 이전에 관할 시청에 품목제조보고와 함께 제품을 제조한 건강보조식품이다. 이 후로는 제품을 제조하지 않았다. 현재 그 제품은 유통기한(대개 2년)이 지났으며, 확실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반품하거나 기타 조치를 취하는게 좋다. 회사는 판매에 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례2=주부 이숙자(41·경남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씨는 지난 1월 한통의 낯선 전화를 받았다.
“건강보조식품 다량 판매 감사 차원에서 흑홍삼 한 세트를 보내드릴테니 드셔보시고 효과 좋으면 이웃에 많이 홍보해달라고 무료로 택배비 없이 보내드릴테니까 광고 좀 많이 해주세요~.”
“전 필요 없는데요.”
“일절 돈 안받고 보내드리는 거니까 걱정마세요.”
그러면서 전화 무료통화권 어쩌고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여러 가지 얘기를 늘어놨다. 하도 몇 십분을 붙들고 전화를 하는 통에 “그러라”고 하고 끊었다.
한 달쯤 지나자 전화가 왔다. 무료통화권을 보내드릴테니 15만9000원을 입금하라는 것이었다. 무료통화권은 필요없다고 하니 “흑홍삼은 왜 받았느냐”며 막무가내로 입금을 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이미 물건을 받은 지 15일 지났고, 어른들이 몇 봉지 드셨다고 하니 반품도 안된다고 했다.
그 후로 계속 독촉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5월31일 ‘지불통고서’란 우편물이 날아왔다. 할부금 총액 15만9000원에 연체료 2만7440을 합쳐 18만6440원을 6월4일까지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의 이름(현대생활건강)과 주소(대전시 서구 둔산동)도 우편물을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 씨는 “소비자에게 무료나 공짜라는 내용만 앞세워 현혹시킨다”며 “이런 유형의 전화통신판매회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보에 고발해왔다.
이에 대해 현대생활건강 관계자는 “처음 전화를 드렸을때, 제반비용(15만8000원)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제품 나갈 때도 또 한번 말씀드리고, 박스 안에도 안내문을 넣어 보내드렸다.
문제가 있으면 반품을 하라고 했는데도 반품을 하지않았다. 고객분과 계속 통화를 했다. 통화내역도 있다. 1월 17일 한번 통화하고, 2월 2일 문자를 보냈다. 2월 6일 전화했는데 통화가 안됐다. 그쪽에서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례3=지난 5월 29일, 6월 4일 두 차례 아주머니 두 분이 소비자 오세영(여·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씨 아파트로 찾아왔다. 아파트부녀회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얼굴을 보자마자 체질에 문제가 있다는 등 안좋은 부위를 찍어가며 약을 권유했고, 이를 끝까지 거절하지 못해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약을 받았다.
계약금 2만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 158만원은 매달 16만원씩 12개월 할부로 결제하기로 했다.
아주머니는 그 자리서 약 4개를 뜯어 주었고, 오 씨는 이를 아무생각 없이 받아 먹었다. 그러고는 “(박스를) 부모님이 보시면 안된다”며 자기들이 치워주겠다며 가지고 갔다. 반품이 된다는 말도 했다.
오 씨는 그게 무슨 약인지 모르고 샀기 때문에 알아보니 그냥 건강보조식품 정도에 불과했다. 환불을 하려고 회사측으로 전화하니, 회사는 판매자와 직접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판매자와는 전화통화가 되지 않았다.
일단 회사측에 약을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하니 회사는 다시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오 씨는 “할 수 없이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고, 아버지가 회사로 전화해 11일 반품을 시켰다”며 ‘미건양행’을 한국소비자원과 본보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