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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핼리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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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핼리혜성’
물 속에 잠긴 풍경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8.03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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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마다 주기적으로 볼 수 있다는 핼리혜성.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연극 ‘핼리혜성’은 태어나서 단 한 번 밖에 볼 수 없는 이 혜성을 형상화해 과거의 시간을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연극은 핼리혜성이 가진 신비하고 유일한 이미지를 전반에 깔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것은 관객의 흥미로운 몰입으로 이어진다. 연극은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를 오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기도 한다. 이는 영상에서만 구현되는 오버랩처럼 순간적이고 자연스럽다. 이것으로 관객들의 몰입은 시간이 갈수록 깊고 진지해진다.

-연극적 현실과 무대를 넘나드는 무한대의 공간


이 연극은 시공간의 제한을 받는 연극적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연극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발현했다. 객석은 270도 무대를 둘러싸고 있으며 객석과 무대는 구분이 없다. 무대가 객석이고, 객석이 무대다. 연극은 극중 과거와 현실, 그리고 무대를 넘나들며 연극적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곁들였다. 관객들은 극중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로 인해 옷에 물이 튀어도 아랑곳 않는다. 오히려 그 자체가 즐겁고 추억이 된다. 무대는 시냇물과 마을이 잠긴 강을 동시에 연출하기 위해 물로 채워졌다. 발목까지 차는 물에 뗏목이 떠있고 그 곳을 건너려는 혁택과 민주가 있다. 그들은 깊은 물을 건너듯 감질 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또 감초역할을 하는 코러스는 바람이 되고, 새가 되고, 자연이 된다. ‘삐루룩’, ‘피융’, ‘까악까악’. 음향은 없다. 그들이 직접 입으로 만드는 소리는 맑고 순수하다. 3D 영상 등으로 모든 것을 실제로 실현해주는 현 사회에서 아날로그적인 마임은 또 얼마나 정겨운가. 관객들은 배우들의 크고 작은 움직임들을 통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로써 아담한 소극장 무대는 무한대로 확장된다. 그제야 왜 그들의 스틸사진의 배경이 무대가 아니고 시골 정경인지를 깨닫게 된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기, 그리고 연출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등을 떠올리면 아련한 웃음부터 나온다. 이 연극에서 주연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과거의 동네 친구들, 코러스와 물 속에서 소꿉놀이를 한다. 까르르르 웃고 싸웠다가도 금방 화해하는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옛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한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어린 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첫 막에 비해 연극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연에 가까워진다. 정겨운 동네가 물에 잠기면서 어둠은 어느새 무대 위에 잠식됐다. 경쾌한 색의 조명도 붉은 색으로 돌변했다. 냄비가 둥둥 떠다니는 냇가는 이제 더 이상 어린 날의 추억과는 무관하다. 상처로 물든 마음과 절망과 슬픔이 응집돼 오열을 토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가히 절정이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아픔과 상처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저민다. 연극은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와 감각적 연출로 이 모든 것을 해냈다. 시냇가의 돌다리를 건너는 발걸음 하나에도 슬픔이, 혹은 기쁨이 담겼다.


-상처는 시간으로 아문다


상처난 곳은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아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러고 나면 어느새 더 성숙해진 자신을 본다. 연극은 빛나는 추억과 아름다운 나날들을 말하고, 상처와 아픔을 나열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추억과 환호는 물론 아픔과 상처 모두 돌아보면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란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무르익은 성숙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연극은 자신도 모르게 지나쳐버린, 평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핼리혜성을 말하며 막을 내린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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