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하이트맥주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 '드라이피니시d'의 판매실적을 두고 주류업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출시 한 달만에 630만병(330ml)을 팔아치우는 호성적을 거뒀지만,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카스라이트'의 돌풍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45%대로 치솟으면서 하이트맥주가 14년전에 빼앗은 1위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드라이피니시d'의 위력을 오비맥주의 카스 브랜드가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맥주 전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뿌리가 전혀 다른 CEO들 간의 죽느냐 사느냐 혈전이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 이장규 부회장(첫번째 사진)은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언론인으로 보냈다.뚝심과 필력은 대단하지만 마케팅등 경영 경험은 별로 많지 않다.언론인 생활을 하다 2009년 11월 하이트홀딩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특유의 뚝심과 추진력으로 마케팅팀을 몽땅 물갈이한 뒤 신제품을 앞세워 '카스라이트' 돌풍 차단에 나섰다.
이호림 오비맥주 대표는 마케틷경험이 풍부한 '꾀돌이' 전문경영인이다.다트머스대학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월마트코리아 부사장,쌍방울 대표등을 거쳐 지난2007년 3월부터 오비맥주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현장을 중시하는 '야전형CEO'다.
두 사람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어 승패가 갈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진검승부인 만큼 패배하는 쪽은 '치명타'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달만에 630만병은 대박?
하이트맥주의 이장규 부회장은 최근 홍천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드라이피니시d'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한술 더 떠 ‘드라이피니시d’가 글로벌 맥주시장을 공략할 제품이라는 자랑까지 했다.이 부회장은 “맥주 시장의 성장 동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야 할 때다. 수입맥주가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에서 국내 맥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발전하지 않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경쟁상대를 국내 기업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경쟁을 통해 맥주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드라이피니시d는 수입 맥주가 들어오면서 형성된 글로벌 경쟁체제를 겨냥한 신제품”이라며 “호주의 맥주 수입업자도 우리 맥주 맛을 보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현지에서 팔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자랑했다.
하이트맥주가 지난 8월5일 출시한 드라이피니시d는 맥즙 속에 당분이 남지 않게 하는 ‘드라이피니시’ 공법을 적용한 신제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1만 상자(630만 병)를 기록했다.
하미트맥주 측은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거둔 실적으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드라이피니시d’의 판매실적과 이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당장 경쟁사인 오비맥주가 지난 5월 출시한 '카스라이트'가 출시 한 달만에 720만병(330ml)을 판매한 것에 비하면 ‘드라이피니시d’가 이례적인 성공작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하이트맥주가 신공법을 내세워 떠들썩하게 홍보를 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마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부회장의 자랑과 달리 카스라이트 출시 뒤 오비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반면, 하이트맥주는 ‘드라이피니시d’ 출시 후에도 계속 추격을 당하고 있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주류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홍천공장으로 기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것도 오비맥주의 맹렬한 추격에 당황한 하이트맥주 측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짜낸 궁여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치솟으면서 하이트맥주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신제품 싸움에서 오비맥주가 승기를 잡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욱일승천'.."1위 내놔!"실제로 최근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대표 이호림)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오비맥주는 14년 만에 3개월 연속으로 800만 상자 이상을 판매하는 호조세로 시장점유율을 45%대로 끌어 올리며 하이트맥주의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오비맥수는 주력상품인 '카스후레쉬'와 함께 신제품 '카스라이트' 마케팅을 강화해 올 해 말까지 7천만병 이상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카스라이트'가 출시한지 3개월도 되기 전에 2천만병(330ml)을 판매했고, 120일도 안 되어 3천만병을 돌파했다며 들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6월 전년 동기대비 14.3%의 성장하는데 '카스라이트'가 일조했다고 밝혔다.
장인수 오비맥주 부사장은 “카스 라이트’가 기대이상으로 급 성장하고 있다”며 “유흥채널에도 진출한 만큼 남은 여름 성수기를 비롯해 올 하반기까지 이 기세를 몰아 ‘카스라이트’의 성공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라이트’ 3천만병 돌파를 기념해 이달 말까지 광고카피를 공모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카스라이트가 필요한 순간(‘카스 라이트 생활백서’)을 주제로 한 이번 이벤트에 당첨된 아이디어는 내달 초 ‘카스 라이트’의 광고에 사용될 예정이다.
회사측은 '카스라이트'를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키워 연말까지 240만~250만상자(330ml*30병)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호림 대표는 매달 초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하며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