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추석 택배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60대 노인이 토지보상금으로 받은 1억3천만원을 사기범에게 속아 송금하려다 우체국 직원의 기지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지킬 수 있었다.
부산체신청은 지난 16일 낮 12시께 신모(60)씨가 통장에 있는 예금 1억3천만원을 해약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기려는 것을 정관우체국 직원의 기지로 막았다고 17일 밝혔다.
우체국에 따르면 신씨는 16일 오전 11시께 휴대전화로 "우체국 직원이 예금자의 명의를 도용해 국제카드를 사용하고 있으니 자세한 설명을 들으시려면 0번을 누르라."라는 ARS전화를 받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0번을 누른 신씨는 서울경찰청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걸려들고 말았다.
곧 우체국을 찾은 신씨는 전화기를 켜놓은 채 모자에 숨긴 뒤 창구에 다가가 자신의 예금을 해약해 보통예금에 넣고 텔레뱅킹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객의 이상한 행동에 의심을 한 직원 나길옥(51.여)씨는 돈의 사용처를 묻자 신씨는 "아들에게 보내는 돈"이라며 업무처리를 재촉했다.
이를 지켜본 송용호(54)국장은 신씨의 행동이 아무래도 미심쩍어 창구 안쪽으로 신씨를 모셨고, 이때 마침 다시 걸려온 사기범의 전화를 우체국장이 대신 받아 대응하면서 보이스피싱임이 드러났다.
신씨는 "토지보상금으로 받은 전 재산을 잃을 뻔 했다."라며 우체국 직원들의 도움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산체신청 관계자는 "올들어 우체국 창구 직원들이 보이스피싱의 피해를 막은 사례가 38건 8억4천7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라며 "특히 추석을 맞아 우체국 택배를 사칭한 사기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특별히 조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