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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경영복귀설 솔솔...여론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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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경영복귀설 솔솔...여론은 싸늘
  • 임민희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10.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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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들어간 지 1년도 안 돼 '경영복귀'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노조 등 관련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룹의 주요계열사 사장들을 중심으로 박삼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상 업계에서는 '시가상조론'과 회의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다.    

조직 내에서도 무리한 확장과 차입경영 등으로 그룹을 위기로 내몬 오너 일가들이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데 대해 반감이 큰데다 워크아웃 당시 박 회장이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주식 지분 외에 실제 부동산 등의 출연금액이 5억원 남짓에 불과해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 경영복귀 임박?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박찬법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취임 1년 만인 지난 7월 건강상을 이유로 돌연 사퇴하면서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그룹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찬법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박삼구 회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앞장서 뛰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내면서 경영복귀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과 기옥 금호건설 사장 등 계열사 대표들이 박삼구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기옥 사장은 지난 8월 "채권단도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박 명예회장의 복귀에 공감하고 있다"며 지금이 적기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직로 등재되어 있는 금호타이어 등 주요계열사들의 영업실적이 향상되고 있는 부분도 한몫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2천13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올해 상반기에 74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하반기까지 1천500억원 영업이익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경기회복과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면서 국내외 여행객 수가 증가해 3분기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노조 "황제경영 회귀" vs 그룹 "공식입장 밝힌 적 없어"

하지만 금호타이어 등의 노조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강정호 사무국장은 "박 회장은 우량기업인 금호를 워크아웃으로 이끈 장본인"이라며 "그럼에도 금호고속 김성산 대표 등 계열사 대표들의 최근 인터뷰나 일부 지역상공회의소에서 박 회장의 경영복귀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채권단에서도 이를 묵인 또는 공감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기존 오너일가가 경영에 복귀할 경우 그간 황제경영에서 불거졌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자본과 경영을 분리한 독립경영, 즉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은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박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경영복귀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밝힌 바 없다"며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역시 박찬법 전 회장과 임직원들이 지난 1년간 그룹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준데 대해 감사를 표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의 사재출연 의혹에 대해서도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금호타이어나 금호산업 등의 계열사 지분을 내놔 100% 감자로 모두 소멸됐고 집은 이미 저당잡힌 상황에서 나머지 부동산도 내놨는데 일부 단체 등에서 내부거래로 배당금을 따로 챙겼다는 등의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반박했다.  

박 회장 경영복귀 시기저울..'경영실패' 책임론 극복 관건

금호아시아나는 우량기업 중의 하나로 평가됐으나 지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등 덩치가 큰 대기업을 대규모 은행차입을 통해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주요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7월 동생 박찬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석유화학부문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을 둘러싸고 이른바 '형제의 난'을 벌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퇴진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대상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고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양호했던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이라는 형식으로 워크아웃 과정없이 자체 정상화에 돌입했다. 

이들 기업은 2014년 12월까지 워크아웃 졸업을 목표로 정상화 방안에 따라 회생절차가 진행되지만 재무상태, 자금력 등의 호전 여부에 따라 조기 정상화가 가능하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는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은 우리은행이 주채권 은행이다.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안양수 단장은 "개별회사의 워크아웃 진행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대개 워크아웃은 3~5년 정도 소요되는데 해당 회사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영정상화 수준에 올라섰다고 판단되면 채권단에서 실사를 거쳐 워크아웃 졸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 단장은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 움직임과 관련해 "등기사항도 아니고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 걸 채권단에서 어떻게 관여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뒤 박 회장의 재산출연에 대해서도 "출연할 수 있는 재산은 거의 없었고 다만 주식에 대한 감자(감축자본)와 증자(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시 이사회 의결권을 채권단에 위임했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복귀가 갖는 상징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노조 등의 반발과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어 박 회장의 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채권단이 박삼구 명예회장의 조기 경영복귀를 묵인하거나 금호아시아나 그룹 일각에서 박 명예회장의 조기 복귀를 추진할 경우 경제 사회적으로 큰 반발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부실화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도 해당 오너의 조기복귀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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