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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회사들이 전시 제품으로 '미끼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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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회사들이 전시 제품으로 '미끼 장사'"
엉뚱한 규정으로 A/S 비용 '덤터기'..정품으로 속여 팔기도
  • 안광석.유성용 기자 novus@csnews.co.kr
  • 승인 2010.10.1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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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광석 유성용 기자] 매장에 전시됐던 제품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싼 맛에 전시품인 줄 알고도 구매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A/S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불편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일부 악덕업자들은 전시품을 정품처럼 속여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전시품은 매장에서 장기간 작동을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 정품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거나 잦은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전시품에 대해서는 명확한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소비자들은 싼 값에 매력을 느껴 전시 제품을 구입했다가 오히려 덤터기와 바가지를 쓰는 셈이다. 결국 정품을 살 때와 견줘 볼 때 더 비싼 값에 구매를 했다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싼 가격을 미끼로 내걸고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전시품은 교환.환불 안돼?

전북 정읍에 거주하는 전 모(52세) 씨는 지난 3월 말 삼성전자 LCD TV 46인치 전시품을 130만원대에 구입했다.

그러나 구입한 지 한 달도 안 돼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들이 TV화면을 뒤덮었고 이전 화면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 하자가 발생했다.

당장 삼성전자에 수리의뢰를 했으나 당시 A/S기사는 "전시품은 내부규정상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된다"며 구입가의 반이 넘는 비용을 들여 패널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전 씨는 "2주도 안 되서 고장 났고 이 정도 가격이면 새제품 구입도 가능한데 왜 환불이 되지 않느냐"며 재차 항의해 봤지만 삼성전자의 반응은 똑같았다.

결국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가 된 뒤에야 환불이 이뤄졌다.

비록 전시품에 대한 소비자 규정은 따로 없으나 일반제품처럼 구입 후 15일 내 반품이 가능하고 품질기간 내 업체 과실에 의한 하자 발생 시 환불 및 교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 씨가 안 것은 훨씬 이후의 일이었다.

◆새 차로 알고 샀는데 전시차량

경기 시흥시 이 모(남.47세)씨는 지난 2007년 구입한 메르세데스 벤츠 S500 차량이 최근 변속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당시 벤츠 서비스센터 측은 수리비용으로 2천만원의 견적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차량은 가격 2억7천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모델인 데다 구입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씨는 지난 3년 동안 히터가 저절로 작동되고 심한 차량소음이 들리는 등 크고작은 문제가 발생해 4~5번이나 서비스센터를 드나들어야 했다고.

더욱이 품질보증기간을 갓 지났을 뿐인 변속기까지 고장나자 이 씨는 전시품 내지 중고품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씨는 당시 차량을 판매했던 딜러를 추궁하던 중 S500이 신차가 아닌 2005년 생산된 전시차량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씨는 "당시 외장 칼라를 고를 때 '곧 독일에서 선적될 것'이란 안내를 들었다"며 딜러가 자신에게 새차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벤츠 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이 씨는 S500을 판매했던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측에 수입면장을 요청했으며, 추후 경찰 고발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 광주시의 박 모(여.31세)씨는 올 초 르노삼성자동차(사장 장마리 위르띠제)의 뉴 SM3 풀옵션을 계약하며, 2월 초까지 출고를 요청했다.

한 달여 뒤 영업사원은 고객변심으로 나온 신차가 있다며 빨리 출고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알려왔다.

박 씨는 흔쾌히 수락하고 차량 등록까지 마쳤다.

그런데 영업사원이 대뜸 1월에 출고된 차량으로 하이패스가 적용되지 않은 모델이라며 구입해 달아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화가 치민 박 씨는 극렬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영업소 지점장은 2009년 12월 출고된 전시차라는 사실을 실토했다.

결국 박 씨는 르노삼성과 계약해지 후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구입했다.

◆'폐품'을 정품으로 팔기도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정 모 씨는 유명 브랜드 전시품을 정품이라고 한 중고품 전문점의 과대광고에 현혹된 경우다.

정 씨는 지난 7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중고품 에어컨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A업체를 통해 LG 휘센에어컨을 구입했다.

그러나 구입한 지 한달도 안 됐는데 바람도 세게 나오지 않고 고장이 자주 나 LG전자 측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당시 LG전자 직원은 정 씨에게 "이는 정품이 아니라 대리점에서 전시용으로 사용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량 폐기 처리해야 할 정도의 성능"이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정 씨가 날짜를 따져보니 해당제품은 폐기일자가 지난 상태였다.

정 씨는 "기가 막힌 것은 A업체 측은 물건을 판 후 오히려 소비자과실로 고장났기 때문에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라며 "현재는 전혀 연락도 닿고 있지 않는 상태"라고 성토했다.

정 씨는 현재 해당 업체 측을 사기죄로 고발한 상태다.

◆전시품이 신품 보다 비싸

올 초 하이마트(대표 선종구)를 찾은 인천 송현동의 한 모(남.26세)씨는 직원으로부터 3개월 전시됐지만 성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모니터를 제외한 본체를 78만원에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원래 가격은 93만원이라고.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에 즉시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구입한 제품은 종전에 사용했던 컴퓨터보다 높은 사양 임에도 불구, 체감 상 성능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인터넷이나 다른 프로그램이 실행 중에 끊기는 현상도 발생했다. AS를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돼지 않았다.

의아한 생각에 시스템정보를 살펴보던 한 씨는 경악했다.

무려 10개월 전인 2009년 3월 윈도우가 설치됐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 본체 옆 제조일자는 2009년 5월27일로 기록돼 있었다.

심지어 타 매장에서는 모니터가 포함된 동일 모델의 가격이 9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전시품을 제 값에 산 셈이었다.

한 씨는 "가격 문제는 덮어두더라도 하이마트 측이 진열기간을 속이고 누군가 사용했던 중고제품을 판매했다는 생각에 화를 참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하이마트 본사 측은 한 씨에게 제품이 처음 생산됐을 때 윈도우를 설치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결국 본지가 취재에 나서자 하이마트 관계자는 "해당 대리점 직원의 실수로 5개월 진열된 제품을 3개월로 안내했다"고 잘못을 시인하며, 사과와 함께 환불에 나섰다.

◆전시품 피해 막으려면

현재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이나 소비자보호법에는 중고품 및 전시용품 판매에 대한 관련 소비자 보호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명시돼 있는 환불 및 교체규정을 똑같이 적용받게 된다.

다만 전시품 특성상 제품 구입 후 하자가 금방 생기고 업체가 전혀 엉뚱한 규정을 들먹이는 등 악용사례가 발생해도 구제받기가 일반 정품 제품에 비해 배로 힘든 게 현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이나 소비자 보호법에는 중고품 품질보증기간 규정 외에는 전시품.중고품 유통 과정에 대한 제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전시품을 악용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도 처벌도가 약하기 때문에 판매자의 양심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피해를 입으면 보상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예컨대 가전제품의 경우 판매자가 중고품 및 전시품을 판매하고 난 후 악의를 품고 새제품이라고 우기면 중고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중고품 특성상 하자가 구입 후 금방 생기더라도 고장원인이 매우 불분명하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과실이라고만 주장하면 그만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전시품을 정품으로 속여 파는 행위 등은 엄연히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면서도 "그러나 사기죄 성립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법정공방까지 가면 피해보상 합의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매 전 값이 지나치게 싸거나 시리얼번호와 제조일자가 불일치 하고 라벨이 흐릿한 제품은 의심해 봐야 한다"며 "미리 전시품을 구입하지 않거나 구입했다는 다짐이나 증거물을 남기는 등 소비자의 꼼꼼한 사전조사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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