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인생을 바꿀만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니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을 저버릴 수도 반대로 시큰둥했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나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을 수도 있다. 여기 ‘우리, 술 한잔하고 같이 잘래요?’라며 관객을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있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깔린 애니메이션 포스터에 하룻밤이라니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아 더 궁금한 연극이다.
보드게임 젠가와 같은 아슬아슬한 곳에 기대어 앉은 여자와 남자가 있다. 서로 돌아서 있는 그들에게서 뭔가 낯선 공기가 감돈다. 이들이 친숙한 사이가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각자 첫사랑의 결혼식에서 만난 사이다. 이 둘의 인연은 기가 막히게도 한때 사랑했던 연인의 결혼식으로 맺어진다.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며 함께 술을 마시고, 술이 화근인지 아픈 마음이 화근인지 모른 채 둘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 불같은 하룻밤은 둘을 육체적인 관계로 묶고, 이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육체와 정신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마음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녀의 아픈 마음도 그를 만나며 서서히 치유되고 그 역시 육체적인 관계로만 여겼던 그녀의 존재를 서서히 다르게 받아들인다. 육체를 넘어 마음으로 들어오려는 여자와 그 마음을 꽁꽁 닫은 채 그녀를 피하는 그, 과연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별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둘은 서로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지만 육체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터이다. 또 다른 이별을 맞느냐, 그녀와 사랑에 빠지느냐는 둘의 선택이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사랑과 육체의 쾌락을 이야기하며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작품은 오는 11월 9일부터 12월 5일까지 상상화이트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