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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소비자 보호 팔 걷어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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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소비자 보호 팔 걷어 부쳤다
CS전도사 자처하는 경영인 맹활약..기업문화 바꿔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0.10.26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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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출범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창간 4주년을 맞았다.

본지가 소비자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기업에 전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달리는 동안, 기업들도 고객만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팬택계열, (주)한진 등은 그같은 노력에 힘입어 70%가 넘는 해결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CEO들이 직접 소비자문제를 챙기면서 기업의 문화와 경영의 틀을 바꾸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 설치된 '통곡의 벽'>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의 경우 원만한 소비자 불만 처리를 위해 신 모델에 대해 CS 자격 인증제를 도입했다. 또 배달·설치 3일 후 해피콜, 30일 후 문자메시지, 3개월 후 감사편지 등을 보내는 '해피 케어(Happy Care) 3.3.3 서비스'를 통해 고객만족에 앞장서고 있다.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은 10년 전부터 E메일로 접수되는 소비자들의 불만 및 개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 '고객의 소리' 코너에 올라온 고객 불만에 대해 일일이 직접 댓글을 달 정도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여의도 본사 카페테리아 ‘더 박스’에 ‘통곡의 벽’을 설치해 소비자 불만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액정표시장치 60개로 이뤄진 통공의 벽에는 “정말 현대카드 해지하고 싶네요”, “또 한 명의 고객이 떠나길 바라나요” 등의 불만이 새겨져 있다.

이에 따라 인 현대카드는 한때 업계 꼴찌에서 2위로 올라서는 우량기업으로 변모했다.

고객 한 명을 얻으려면 10달러의 비용이 들고, 한 명을 잃어버리는 데는 10초의 시간이 걸린다. 잃어버린 고객을 다시 데려 오는 데에는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소비자가 얼마나 지혜롭고, 까다롭고, 소중한 존재인지 잘 함축하고 있는 이 말을 잘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는 CEO들을 조명해 본다.

◆"트위터로 소비자의 소리를 듣는다"

신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CEO들은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서 처음으로 트위터 붐을 일으킨 선두주자는 박용만 (주)두산 회장이다. 매일 아침 트위터에 '으라차차차차'라는 특유의 기합소리를 올리며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트위터 소통 중인 정용진 부회장(좌)과 표현명 사장(우)>


8만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 방문 수만 해도 수천명에 이른다. 덕분에 두산은 중공업의 무거운 기업 이미지를 벗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 개인고객부문 표현명 사장은 휴일과 휴가 때도 빼놓지 않고 트위터를 살피는 등 고객과의 접점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9월 첫째 주말 트위터를 이용하다 KT대리점을 방문한 소비자가 직원들과 언쟁을 벌였고,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표 사장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마케팅 팀에 불호령을 내려 소비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CEO의 적극적인 대처에 소비자의 마음은 눈 녹듯 수그러들었다.

사건의 주인공인 서울 등촌동의 이 모(남.50세)씨는 "사건이 발생할 당시 KT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으나 표현명 사장과 본사 직원들의 고객감동 실천으로 원만한 해결을 이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트위터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서는 CEO도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그 주인공.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정 부회장의 팔로워는 현재 6만명에 이른다.

그는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관련한 팔로어들의 불만 및 의견들에 일일이 댓글을 달기로 유명하다.

최근 정 부회장은 "매장에서 구입한 물건에 대해 배달서비스는 왜 제공하지 않느냐"는 한 팔로어의 불만에 "모자란 정책이죠. 개선하려고 노력중입니다"라고 즉각 잘못을 인정하며 재치 있는 답변을 해 팔로어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소비자와 함께 현장에 있으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

CJ제일제당 김진수 사장은 지난 2006년 2월부터 지금까지 4년이 넘도록 매월 1일 회사 주요 경영진과 함께 체계적인 식품위생 및 안전관리 활동사항을 꼼꼼히 감독하고 있다.

김 사장의 강력한 의지로 시행되는 만큼 매월 이 자리서 제안된 의제들은 빠르게 현업에 적용된다고.

2008년 김 사장은 인삼음료 '한뿌리' 1만5천상자를 자진 리콜했다. 1995년 자진회수제도 시행 이래 대형 식품업체로는 국내 최초의 파격 행사였다.

자진 리콜은 '한뿌리'의 맛이 평소와 달라졌다는 한 소비자 불만에서 시작됐다. 즉시 성분조사에 착수했고 인체에는 무해하나 맛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이 소비자 만족을 위한 식품안전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은 품질에 목숨 걸고 매달리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전 임직원이 품질관리와 소비자 불만 해결에 전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매주 월요일 위르띠제 사장 주재로 열리는 임원회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자주 연출된다.

품질문제가 발생하면 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

위르띠제 사장은 민원 건수만 보고 받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소소한 의견까지 살핀다고 한다. 회의 시간의 절반이 품질과 관련된 언급으로 채워지기 일쑤. 일각에서는 임원회의가 아니라 품질관리 회의라고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이와 함께 위르띠제 사장은 현장의 긴장감 유지를 위해 임원회의를 서울 본사만이 아닌 기흥 연구소, 부산 공장 등을 돌아가며 주재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공장을 방문해 제조라인 점검도 빼놓지 않는다.

수입차 업계서 10년 넘게 CEO 자리를 지키며 장수하고 있는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의 소비자 사랑도 남다르다.

김 사장은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고치는 몇 시간 동안 무료하게 잡지를 뒤적이던 소비자를 만난 뒤 차량이 어떻게 수리되고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는 모니터를 갖췄다. 오랜 수리기간이 필요한 차량의 경우 다른 차를 빌려주는 '대차(貸車) 서비스'도 시작하게 됐다.

소비자 만족을 위한 남다른 조치는 김 사장이 2000년 사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500여명의 소비자를 직접 만나왔기 때문이다.

주연테크 컴퓨터의 이우정 대표는 자사 홈페이지 대표이사 인사말에 '이제 회장님께서 사장에게 직접 지시하십시요'라며 소비자가 불만을 제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민원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보호 이 정도는 해줘야지" 

CEO들은 소비자 만족을 위해 파격적인 서비스 및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에 주저하지 앉는다.

롯데마트 노병용 사장은 최근 판매한 상품에 대해 최대 5년간 품질보증을 지원하는 파격 서비스를 선보였다.

노 사장은 "이 서비스는 상품 구매 단계서부터 이후의 사용까지 고려한 차별화된 서비스"라며 "발상전환을 통한 서비스혁명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외에도 롯데마트는 신선식품에 대한 '품질보증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만족을 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멜라민 식품, 석면 파우더 등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 위해상품의 판매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유준열 동양종합금융증권 사장은 투자자 보호와 고객만족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 시행 중이다.

정보차단벽을 설치해 미공개 정보 교류 금지, 임직원 겸직 금지, 독립 업무 수행 등을 철저히 규정하고 있다.

또 해피콜제도를 시행해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는 등 투자자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 사장은 직속 상사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즉각 제보할 수 있는 '핫라인' 채널을 도입한 내부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은 2009년 3월 손보업계 최초로 '고객 불만제로'를 목표로 외부전문가로만 구성된 '고객권익보호위원회'를 신설, 운영 중이다.

이는 1998년부터 자율적으로 사내전문가로 구성돼 운영 중이던 '분쟁심의위원회'와 더불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이중 장치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지 사장은 2005년 업계 최초로 '고객패널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고 소비자 지향의 기업문화를 구축하려는 데 힘써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작년 소비자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CCMS) 우수업체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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