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사진>이 다시 한번 마케팅의 귀재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차 사장은 적자경영을 면치 못했던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단시간내 흑자전환을 시켰다. 과거에는 법정관리 중이던 해태제과를 경영 정상화에 올리고,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LG생활건강도 탄탄대로를 만드는 등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부실기업으로 찍힌 해태음료를 단돈 1만 원에 인수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해태음료는 부실경영으로 최근 한자릿수로 시장점유율이 축소될 정도로 위상이 꺾였다. 따라서 최대주주 아사히맥주로부터 버려진 해태음료가 차 사장의 손놀림에 의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석용 사장 ‘손’ 대는 것마다 ‘대박’
차 사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는 전문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LG생활건강의 경쟁사인 한국P&G 전임 사장으로, 2005년부터는 LG생활건강 CEO자리를 맡고 있다.
상당히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LG가 경쟁사 전임 사장을 데려온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법정관리 중이던 해태제과를 경영 정상화에 올린 차 사장을 좋게 봤다고 알려져 있다.
차 사장은 해태제과 시절 ‘활기차게 인사하기’ 캠페인을 진행해 사내분위기를 확 바꾼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생활건강으로 둥지를 옮긴 이후 사전검증을 받았던 이 캠페인을 그대로 적용했고, 근무시간 및 회의시간 등을 단축해 업무효율화를 꾀하는 등 ‘차석용 쇼크’라는 반응까지 나왔다고 한다.
일례로 차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1990년대 철수했던 음료사업에 다시 뛰어들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영업망과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당시 코카콜라음료는 4년째 적자경영이었다. 하지만 차 사장은 코카콜라음료 임원들을 구조조정하고, 영업망을 재정비하면서 비용절감에 전력했다. 그 결과 코카콜라음료는 인수 이듬해인 2008년부터 흑자경영으로 돌아섰고 탄산음료 ‘코카콜라’, 주스 ‘미닛메이드’, 커피 ‘조지아’ 등을 선보인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
식품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최근 공격적인 M&A를 통해 음료시장 1위 롯데칠성음료의 독주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다이아몬드 샘물, 올해 코카콜라음료를 통해 한국음료를 인수했다. 한국음료는 남양유업 ‘17차’ 등을 제조하는 보틀링 업체로, 이번 인수를 통해 두유시장 등에 진출할 토대를 마련했었다.
◆ 해태음료 ‘기사회생’ 가능성은?
특히 차 사장은 탄산음료 ‘써니텐’, 주스 ‘썬키스트’로 유명한 해태음료를 거저 줍다시피 사들여 냉장유통망도 뚫을 기세다.
차 사장은 지난달 29일 해태음료의 지분 100%를 기존 주주인 아사히맥주 등으로부터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단돈 1만원이지만 해태음료의 순차입금1천230억원을 떠안는 조건이었다.
해태음료는 대주주인 일본 히까리와 야무진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도 포기한 회사다. 2005년부터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고, 2008년에는 누적 적자가 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하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이르렀다. 최근 5년간 누적된 당기순손실액은 1천500억원이 넘는다.
때문에 해태음료를 인수한 LG생활건강의 재무 부담은 앞으로 상당부분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차 사장이 뜨거운 감자를 스스로 입에 넣었다는 시각도 있다.
◆ 증권가 “차 사장, 이번에도 힘 좀 써봐”
증권가에서는 전반적으로 LG생활건강의 해태음료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기간내 코카콜라음료를 정상화시켰던 마술사 차 사장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해태음료가 보유한 냉장주스 유통채널을 확보하게 돼 사업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태음료를 인수하면서 M&A 성장동력을 재확인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8만6천원을 제시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LG생활건강의 음료시장 점유율이 기존 17%에서 24%로 올라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해태음료의 현재 영업상태는 부실하지만 LG생활건강이 기존에 확보한 코카콜라 음료사업부문과 시너지를 고려하면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5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신정평가 역시 해태음료 인수로 인한 재무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