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겨울철 제모시술을 받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시간끌기를 하면서 피해보상 범위를 놓고 환자들과 끝도없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돈 낼 때만 ‘고객’ 취급을 하고, 화상을 입게되면 달랑 ‘연고’만 쥐어주는 행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제모시술 받다가 2도화상 “으악”
서울 노원구의 홍 모(여.25세)씨는 지난달 초 지인의 소개로 강남 M성형외과를 찾았다. 홍 씨에 따르면 겨드랑이 제모시술을 처음 받았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심하게 아팠고, 결국 2도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홍 씨는 M성형외과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치료비 등 보상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했다고 성토했다.
홍 씨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제모시술을 받기로 했던터라 시술중에 너무 아파도 제대로 표현조차 못했다”며 “화상을 입은 직후에는 다 책임질 것처럼 얘기하더니 자기네 병원에서만 치료해야 책임진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홍 씨는 직장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화상진료를 받았는데 가해자인 M성형외과의 '1도화상이라는 주장과 달리 '2도 화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M성형외과에서 처음에는 줄기세포 시술을 권했다가 나중에는 '근거가 없는 시술이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며 횡설수설 하기도 했다고.
홍 씨는 “의사가 '이런 일이 처음'이라면서 당황함과 동시에 모두 책임질 것처럼 말하더니 대학병원을 다니며 발생한 치료비, 택시비와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자 머뭇거렸다"다면서 "3일간의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렸더니 어디서 법률자문을 받았는지 다른병원에서 치료한 것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하더라”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M성형외과 측은 홍 씨와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접촉 중이지만 피해보상금 산정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M성형외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생한 치료비에 대해 영수증을 팩스로 보내주면 우선적으로 처리해주기로 했으나 홍 씨가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상치료는 어느정도 끝나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홍 씨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얼마나 치료비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화상’ 입었는데 연고 바르라고?
전남 목포시의 임 모(여.25세)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광주의 B병원에서 겨드랑이 제모시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제모시술을 받으면서 통증이 크게 느껴졌지만, 겨드랑이 시술을 3회 정도 받아보니 참을 만한 것 같아서 비키니 제모시술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B병원에서 겨드랑이 제모시술을 받았던 지난 5월 화상을 입었다.
임 씨는 “비키니라인 제모시술을 2번째로 받게 됐는데, 여자의사가 아닌 남자의사가 들어와 깜짝 놀랐다. 너무 아파서 살살해달라고 했는데도, 원래 그런 거라며 계속해서 시술을 강행했다. 너무 통증이 심했고, 상처가 생겼지만 ‘후시딘’만 바르면 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흉터가 남을까 걱정이 된 임 씨는 다른 피부과를 찾았다가 '2도 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임 씨는 "B병원측에 2도 화상을 받았다고 말하자, 제모시술을 받은 부위에 딱지가 앉은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까지 보상할 수 없다고 했다“고 황당해 했다.
이와 관련 B병원 측은 임 씨에게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화상을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B병원에서는 임 씨가 '제모시술로 인해 2도 화상을 입었다'는 진단서를 가져온다면 이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해당 피부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B병원 원장은 “임 씨가 찾아갔다는 피부과는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임 씨의 상처를 2도 화상으로 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제모시술을 받다보면 일부 상처가 생기기도 하지만, 임 씨의 경우 충분히 주의사항 등을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 부작용 원인이 '예민한 피부'?
직장인 최 모씨는 3개월 동안 제모시술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 최 씨는 올 여름 목 뒤쪽에 제모시술을 받았는데 화상을 입은 것인지도 모르고 3개월 동안 처방전에 적힌대로 항생제와 상처치료제 '후시딘'만 발랐다.
최 씨에 따르면 병원 측에 치료비를 요구했더니 '연고값, 밴드값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 나중에 보톡스 맞으러 올 때 할인해주겠다'는 말만 들었다. 상처가 더디게 아물자 이제와서는 최 씨의 피부가 '켈로이드'인 것 같다며 연고를 하나 주고는 한 달 뒤에 오라고 했다.
최 씨는 "목 뒤쪽이라 화상을 입었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며 "병원만 믿었는데 부작용이 발생했는데도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대학병원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등의 핑계만 늘어놓고 있어, 보상 절차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안양의 신 모(여.27세)씨 역시 2년 전 코 밑에 수염을 없애려고 제모시술을 받았다. 30분 동안 마취크림을 바르고, 레이저를 몇번 쬐는 간단한 시술이었는데, 병원 문을 나설 때 살펴보니 입 주변이 울긋불긋 했다.
신 씨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틀이 지나도 입 주변에 빨간반점이 사라지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병원을 찾아갔지만 간호사는 '가끔 그런 환자가 있다'고 태연해 했다.
신 씨는 "의사한테 흉터로 남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더니 '예민한 피부라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인데 약 바르면 3~4일내에 흉터가 없어질 것'이라는 무성의한 말만 들었다"며 "피부과에 제모하러 간 것이지, 붉은 흉터를 만들려고 간 것이 아닌데도 내 돈 내고 부작용까지 치료해야 하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 제모시술 받고 화상.물집 등 '부작용'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9명이 '털'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며, 특히 겨드랑이 종아리 얼굴 순으로 제모를 원했다. 이 때문에 보통 일주일에 2~3번 면도 왁싱 족집게 등을 이용해 제모를 한다는 것.
최근에는 영구적으로 제모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레이저 제모시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모낭에 있는 검은 색소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레이저 광선을 쬐어 모낭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원리로 시행된다.
문제는 레이저 제모시술을 받은 뒤 화상을 입거나 통증.물집 등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 4월까지 접수된 제모시술 부작용 피해 117건 가운데 연락이 닿은 58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화상(44명, 75.9%) 피해가 가장 많았다.
부작용 원인은 환자 상태에 맞지 않는 레이저 강도를 선택한 경우가 37건(63.8%)이었고, 그 뒤를 이어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직원이 단독으로 시술한 경우가 15건(25.9%)에 달했다. 그런데도 피해자 대다수(55명, 94.8%)는 제모시술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레이저 제모시술을 받을 때 다음과 같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레이저 제모를 결심했다면 한 달 간은 털을 뽑지 말아야 한다. 털을 뽑고 나서 레이저를 받게 되면 제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태닝을 받아 피부를 태우거나 피부색이 어두워지면 착색이나 모낭염의 우려가 있는 만큼, 레이저 제모를 고려하고 있다면 태닝을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제모 부위의 피부색이 어둡거나 털이 가늘고 엷은 색이면 여러 차례 반복 시술이 필요하다.레이저 제모는 피부가 희고 모발이 검고 굵을수록 더 효과가 좋다. 단 제모 후에는 자외선과 직접적인 피부 자극을 피해야 한다.
한편 소비자의 피부상태 등에 따른 치료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효과만을 강조해 제모시술을 받도록 했다면 설명의무 소홀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특히 과도한 레이저 조사 등의 시술 상 과실로 인해 화상 물집 등이 발생했고, 치유되는 과정에서 색소침착이 생긴 경우 의사진단서 등을 첨부해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