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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위키리크스와 인터넷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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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위키리크스와 인터넷의 역습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12.07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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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로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Cablegate.wikileaks.org)의 미 외교전문 공개 사태로 전세계가 떠들썩 하다. 아프간전과 이라크전 기밀문서에 이어 미국의 외교 안보 문건까지 통째로 털렸으니 ‘세계 외교가의 9.11 테러 사건’이라고 불릴만하다. 이번 문건도 무려 25만 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불똥이 여기저기로 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외교 관리들이 미국 외교관들과 우방국 사이라고 안심하고 한 이야기들이 다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현재 주로 폭로되고 있는 문건은 미 국무부와 해외 공관 사이에 주고 받은 외교전문들이다. 미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수집해 본국에 보고한 첩보와 정보, 주재국 인사들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한 접촉 보고서 등인데 국무부에서 자체 생산한 문건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것들이 튀어나와 지축을 흔들지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문건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샌지(39, 호주 국적)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기 위한 법률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과거에 워싱턴 주재 한국 무관에게, 한반도 해역에서의 북한 잠수함 이동경로 등 미군이 수집한 정보를 넘겼다고 해서 간첩죄로 7년 8개월간 옥살이를 한 재미교포 로버트 킴의 예로써 보면, 이번 경우 어샌지에 대해 그런 식의 간첩죄를 적용한다면 징역 천년도 모자랄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정보를 외국에 넘길 경우 우방이건 동맹국이건 모두 간첩죄 적용대상이다. (참고로 한국은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북한에 정보를 넘기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외교관계가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법이다. 수년전 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지난번 국회가 임기를 마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

이번 사태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이 초래한 희극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믿었다가 배신당한 꼴이다. 역습을 당했다는 표현이 합당할지도 모른다. ‘매우 편리하지만 또한 못 믿을 것이 컴퓨터’라는 것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발생했다. 그것도 인터넷을 처음 시작한 미국의 국가 전산망에서. 초강대국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이 이처럼 몽땅 털리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이 되기 전에도 누설로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일은 적지 않았다. 미국이 1964년 베트남에서의 군사개입을 본격화 하기 위해 이른바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는 1971년 뉴욕 타임즈의 펜타곤 페이퍼 대 특종도 문서 작성에 참여했던 다니엘 엘스버그가 이 극비문서를 신문사에 넘김으로써 가능했다. 정부나 해당기관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비밀누설’이라고 하지만, 언론사 측에서는 ‘제보’라고 한다. 

1972년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 때 워싱턴 포스트가 이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쳐 마침내 닉슨 대통령을 사임에 이르도록 한 것도 결국은 내부 협력자의 제보 덕이었다. ‘딥 스로트(Deep Throat)’로 불리며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졌던 내부 제보자는 30여년 만인 지난 2005년 당시 연방수사국 (FBI)의 마크 펠트 부국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펜타곤 페이퍼가 뉴욕 타임즈에 실리기 시작하자 미 행정부는 ‘이 보고서의 보도가 미국의 안보에 치명적이며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면 ‘국가 기밀서류의 공표를 금지 시키는 임시 명령’을 연방 제1심 법원으로부터 3일만에 얻어냈다. 우리로 말하면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즈는 같은 문서를 입수하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와 손을 잡고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며 법정투쟁을 벌였다. 

마침내 연방대법원은 기사게재 중단 15일 후, ‘국가의 사전 억제 명령에 의해 출판물 발간이 금지 되려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그리고 복구불능의 위해가 국가에 확실히 가해질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두 신문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는 미국의 언론자유의 기념비적 판결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 등에 비추어 볼때 지금 미 행정부의 어샌지에 대한 간첩죄 적용 운운은 다소 공허해 보인다.

아무튼 언론들은 당분간 심심치 않게 생겼다. 위키리스크가 슬슬 리크(leak) 해주는 기사감이 적지 않을 테니까. 위키리크스를 통해 흘러나온 것이어서 언론들이 조심스러워서 대서특필을 안했을 뿐이지,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만도 1면 톱 거리가 수두룩하다. 앞으로 무엇이 터져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내용도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수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대선과 관련해 주한 미 대사관에서 보고한 내용을 비롯, 국내 정치문제와 관련한 민감한 내용들이 다수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과연 판도라의 상자라고 할 만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정식 편집고문(청주대 객원교수, 전 CB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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