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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롯데마트 치킨'사는데 장장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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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롯데마트 치킨'사는데 장장 6시간
재벌 치킨 논란에도 소비자 장사진..'반에 반값' 인기폭발
  •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
  • 승인 2010.12.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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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5천원짜리 치킨 판매를 시작한 9일 오전 10시. 서울역점 조리식품 코너 앞은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주문 명단에 연락처와 이름을 적고 6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주문행렬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이마트 피자에 이어 재벌그룹 치킨이 서민들의 생계형 점포를 위협한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장 앞에서 만난 박진우(남.23)씨는 “친구들과 스키장에 가려는데 치킨을 사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동네 허름한 치킨집에서는 1마리가 1만원을 훌쩍 넘고 BBQ나 괜찮은 거 사려면 1만8천원 줘야 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맛이 어떻지 무척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평일 아침 시간임에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는 치킨을 주문하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롯데마트의 새로운 미끼 치킨

롯데마트는 9일부터 전국 82개 점포에서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900g)를 기존 치킨전문점의 3분의 1수준인 5천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프라이드치킨 출시를 위해 6개월간 생닭, 튀김가루, 식용유 등 필요한 원료를 주단위로 계산해 대량 주문으로 원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 사전 테스트시 전점에서 1주일에 10만마리 가량이 판매된 것을 토대로 월평균 60만마리, 연간 720만마리 가량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해 점별로 하루 최대 200~400마리 가량을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차별화를 위해  ‘통 큰 치킨’이란 브랜드도 만들었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앞서 8월 출시한  이마트 피자의 대항마다.  이마트 피자는 영세업자들의 반발에도 불구 아직까지 대기표를 받고 차례를 기다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문한 피자를 기다리는 동안 고객들이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하게 만드는 효과도 쏠쏠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슈경쟁에서 밀리던 롯데마트는 고민 끝에 치킨을 선택했다. 전국 86개 점포 중 GS에서 인수한 4곳을 제외하고 전 매장에 시설이 갖춰져 있어 초기진입이 쉬었고 국내 외식시장에서 피자와 함께 가장 비중이 높은 품목인 점도 성공의 기대감을 높였다.  

‘치킨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반영했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실제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치킨가격담합을 의심했다.

당시 이 의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천985원에 불과한 치킨용 닭고기가 조리과정을 거치면서 5~6배 가격이 오른 1만6천원~1만8천원 상당에 유통된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영세사업자의 어려운 현실

치킨은  배달서비스 위주의 외식사업이라 매장규모가 작아도 창업이 가능하며  초기자본금이 적고 일정 수준의 수요가 보장돼 있어 서민들의 인기 창업아이템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시장은 5조원 규모에 이르며 전국적으로 치킨전문점만 5만여 개가 넘는다.

하지만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점 상위 10위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67%에 달한다. 영세사업자들의 입지가 가득이나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마트 치킨은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올리브유, 해바라기, 간장 등 차별화된 조리방식과 재료를 통해 시장을 넓혀갔다.  반면 영세사업자들은 ‘1+1’, ‘반 마리 더’ 등의 양과 가격으로 승부했다.

하지만 양과 가격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치는 롯데마트 치킨이 등장하면서 영세사업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모임인 치킨오리외식협의회 회원 40여명은 ‘통 큰 치킨’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치킨점을 운영하는 수원시 장안구의 권 모(남.35세)씨는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가격과 양으로 승부한다. 그래도 롯데마트 가격을 맞출 수없다. 브랜드 지명도까지 높은 롯데마트가 이처럼 파상적 공세에 나선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수심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


<▲번화가에 위치한 치킨전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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