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상조업체의 경영진들이 회삿돈 횡령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로 잇따라 구속기소 되면서 이들 상조상품에 가입했던 회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1, 2위를 달리던 보람상조와 현대상조 대표가 횡령혐의로 구속기소 된데 이어 최근에는 중견업체인 신라상조와 국민상조 대표도 같은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최근 보람상조와 현대상조에 이어 국민상조 경영진이 회삿돈 횡령혐의로
구속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조서비스는 가입자들이 업체 측에 선수금을 지불한 후 상조 등 경조사 발생시 서비스를 제공받는 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바탕이 돼야 하지만 대형업체들마저 회원들의 납입금을 횡령, 착복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상조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을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보험사와 같은 공신력있는 금융기관에서 상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상조업체중 상당수는 비리로 얼룩져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만큼 공신력있는 기관이나 대기업이 상조업을 영위케 하는 방식으로 상조산업 전체가 대폭 물갈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상조회원 납입금은 눈먼 돈? 도덕적 해이 만연
지난 6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는 국민상조 나기천(41) 대표와 설립자인 이길재(45) 영업부회장 등 4명을 121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직원 수당을 지급한 것처럼 꾸미거나 회사돈으로 자신들의 주식을 고가로 사는 등의 수법으로 모두 12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상조는 자산규모가 200여억원에 달하고, 전국 20개 지점, 회원수 10만여명을 보유한 중견상조업체로 지난 10월에는 한국소비자원의 '상조소비자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우수상조회사로 선정된 바 있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상조업체 경영진들의 부도덕한 비리행위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8월, 업계 1위인 보람상조 최철홍 회장이 3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업계 2위인 현대종합상조 박헌준 회장이 회삿돈 13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가입회원 15만명 규모의 한라상조 박헌춘 대표도 회삿돈 2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9월16일 구속 기소됐다.
이렇듯 상조업체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하면서 일각에서는 상조 회원들의 납입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지난 9월 18일부터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제, 선수금 보전제, 사업자 정보공개제 도입 등 소비자보호제도 도입을 골자로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이전까지는 상조부금 관리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부실 상조업체들이 회원들을 모집한 후 회비만 챙겨 외국으로 달아나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현재, 비리에 연루된 상조업체 가입자들의 정확한 피해규모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 시일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영진 횡령, 고의파산시 속수무책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전국 337개 상조업체의 총가입회원수는 약 275만명, 고객불입금(선수금) 잔액은 약 1조8천500억원에 달하고 있다. 2008년 대비 업체수와 가입회원수, 고객불입금 규모 모두 증가했다. 총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상조업체수는 23개(7.0%)에 불과하지만 이 범위에 해당하는 자산총액은 6천842억원으로 전체의 69.1%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조업체 규모와 회원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업체가 고의파산을 내고 선수금을 떼먹는 등 상조서비스 불만족 사례가 늘어나자 할부거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표하고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고객 선수금의 절반(50%)을 은행 체신관서 보험회사 등에 의무적으로 예치, 상조업 등록제,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의무화, 청약철회 계약해제시 대금환급 의무화 등이다.
9월 30일 현재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상조업체는 207개로 전체 선수금의 95.7%인 약 1조7천7백억원, 전체 회원의 91.6%인 252만명이 개정법에 따른 보호를 받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가 130개에 달하고 보람․현대상조 등과 같이 경영진의 횡령비리나 고의 파산 등을 법적․제도적으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미비하다는 점에서 추가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대기업, 보험사 등 공신력있는 기관 참여 필요
관련업계에서는 기존 상조업체들중 상당수가 경영비리 문제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만큼 보험사 등 공신력있는 대기업이 상조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상조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한화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동부화재,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녹십자생명 등 7개사다.
이 중 한화손해보험은 2008년 3월 손․생보업계 최초로 보험금으로 상․장례용품 현물 지급과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네이션B&B상조보험'상품을 출시해 운용 중이다.
한화손해보험 홍보팀 신인식 차장은 "기존 상조회사의 상품이 공신력과 소비자 보호 장치 면에서 취약한 반면 이 상품은 보험 가입부터 용품 및 서비스까지 보험사에서 직접 책임지고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신뢰성 면에서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6개사의 경우 다른 상조업체와 제휴를 맺고 보험가입자 중에 상조서비스를 필요로 할 경우 상조회사를 연결해 주는 형태다.
녹십자생명 서창우 파트장은 "피보험자의 사망시 상조비용이 발생하는데 계약자가 선호하는 상조회사 혹은 자신들이 추천하는 업체에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상조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뿐만 아니라 공익단체나 대기업도 상조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9월 자본금 500억원을 출자해 상조회사인 '더케이라이프'를 설립하고 올해 '예다함'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60만명의 회원과 16조원의 자산을 보유 중인 교직원복지기관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안전문업체인 삼성 에스원도 올해 3월 사업목적에 '노인 복지 시설 운영 및 관련 서비스, 분묘 분양 및 장례서비스업'을 추가시키는 등 상조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년의 삶은 물론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며 "대기업이나 보험사 등 공신력있는 기관들이 상조업계에 진출할 경우 한국의 장례산업이 더욱 확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