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가 또 다시 안개국면에 접어들었다. 유일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가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우리금융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예정대로라면 이달 20일 전후 예비입찰을 거쳐 최종입찰대상자를 선정한 후 내년 3월 입찰가격을 확정하고 10월 쯤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우리금융 컨소시엄 측이 지난 13일 우리금융 지분 매각과 관련해 정부가 내건 유효경쟁 성립요건과 경영권 프리미엄 지급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우리지주는 물론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대한 매각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유력 인수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 제출 10여일을 앞두고 돌연 외환은행 인수로 급선회한 데 이어 독자민영화를 내걸었던 우리지주까지 예비입찰을 포기하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0년간 진행돼 온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 다시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물론,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 LOI를 제출했던 보고펀드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 등 국내외 투자세력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실제 인수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들은 5%내외의 소규모 지분확보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매각이 유찰될 경우 블록세일 등 다른 대안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를 이루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우리금융 예비입찰 불참, 민영화 무산되나?
우리지주는 예비입찰을 앞둔 지난 13일 돌연 "유효경쟁 및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한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예비입찰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1년간 추진해왔던 우리지주의 독자민영화 꿈도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지주가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한 것은 우리은행 거래고객과 우리사주조합 등 소수 지분 투자자들로 구성된 우리금융의 컨소시엄 형태로는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입찰가를 써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지주는 우리은행 우량 거래고객 4천여명이 참여한 'W 컨소시엄'과 우리사주조합을 대표로 하는 '우리사랑 컨소시엄' 2곳을 내세워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LOI를 제출한 잠재적 투자자 중에서 우리금융을 제외하고는 지배지분 28.5% 이상을 매입할 주체가 없어 '유효경쟁'이 어렵다는 점, 소수의 투자자들로 구성된 우리금융의 컨소시엄 측에서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떠안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점과 최종 입찰시까지 들어가는 200억원 가량의 인수자문비용과 실사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인수 포기를 선택했다.
또한 정부가 우리지주의 독자민영화 추진에 대해 탐탁치않게 여겼던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 민영화의 3가지 원칙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진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우리금융지주 홍보실 장정욱 실장은 "우리금융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다수의 투자자들은 경영권 지분 인수가 아닌 순수한 민영화 참여라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어렵다"며 "이번 예비입찰에 불참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독자민영화 추진 여부에 대해 "예비입찰 불참이 민영화 추진까지 반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입찰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더라도 향후 블록세일(대량매매) 등 정부차원에서 여러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록세일 등의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추가 지분 매입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영화 해법 오리무중, 경남․광주은행 매각도 불투명
어쨌든 이번에도 우리지주의 민영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대한 매각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우리지주 본입찰 결과가 나온 후 경남․광주은행 분리매각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었다. 우리지주 입찰 가격이 나오는 내년 3월을 기점으로 우리금융을 통째로 매각할지 혹은 분리매각할지, 매각 주체를 예금보험공사로 할지 아니면 우리지주에 맡길지 등에 대해 결정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인수하려는 유력한 인수후보들이 많은 데 반해 정작 우리지주를 인수할 만한 세력들은 거의 없는 상태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지주 매각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와 경남․광주은행을 분리매각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지주로 인해 경남․광주은행 매각작업이 지연될 경우 민영화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사무국 박민영 사무관은 "우리금융 측의 불참 여부는 공자위에서 관여할 수 없는 부분으로 현재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관은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부분은 기존 입장과 변함없다"면서도 "시장변화 등을 살펴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예비입찰 등 향후 일정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