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이같은 피해의 재발을 위한 카드사들의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카드사 측과 가맹점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1개의 가맹점 고유번호를 받는다. 이를 위해 밴(VAN, 단말기 공급업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를 연결, 가맹업체에 결제서비스를 대여해주는 댓가로 카드사로부터 일정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단말기 교체로 새로운 가맹점 번호를 부여받은 한 사업주가 이전에 사용했던 가맹점 번호가 소멸되지 않은 채 타 업체에 이중으로 등록이 됐고 15개월 동안 이 업체의 매출대금까지 입금돼 갈등을 빚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업주는 이로 인해 실제보다 많은 매출액이 발생, 과다세금을 내는 피해를 입었고 민․형사 소송까지 휘말리게 된 것이다.
반찬점(상호 일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 모(40․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씨는 지난 11월 5일, 가맹점 계약을 맺고 있는 A카드사 고객센터 직원으로부터 '4일 고객이 결제한 45만원 매출액이 잘못됐으니 40만원으로 정정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안 씨는 당일 끊은 매출전표를 확인했으나 결제내역이 없었다. 카드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고객은 H노래주점에서 결제를 했고 매출전표에 상호가 '일원'으로 나와 있어 안 씨에게 정정청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 씨에 따르면 지난 2003년 8월 반찬점을 개업한 후 A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8년 동안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2009년 8월 신형단말기로 교체하면서 단말기공급업체(VAN, 밴사)를 B사로 바꿨다.
그러나 이 시점에 B밴사 직원의 실수로 안 씨의 이전 번호가 H노래주점의 가맹점 번호로 이중 등록 됐고 지난 15개월 동안 H업체의 매출 2천900만원이 일원 매출과 합산되어 입금 됐다. 이 사실을 안 H업체 측이 항의하자 밴사 측은 우선 자신들 돈으로 2천900만원을 입금시킨 후 안 씨에게 이 금액을 반환할 것을 요청했다.
안 씨는 매출액 정정에 따른 증빙서류를 요구하며 거절했고 B밴사 측은 자신들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을 입금하지 않을 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안 씨는 이 건으로 관할 경찰서에서 '횡령혐의'로 1차 조사를 받았다. 또한 민사소송과 관련, 변호사를 선임해 소명자료를 준비 중이다.
안 씨는 "8년 전에 받은 일원의 고유가맹점 번호가 타점포에 이중으로 등록됐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가맹점에 대한 관리소홀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카드사에 있음에도 카드사 측은 밴사와 계약을 체결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모로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매출액을 사전에 꼼꼼히 체크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카드거래는 하루 50~60건, 한 달에 보통 1600만~1800만원이 거래되고 카드사로부터 3~4일치가 한꺼번에 사업자 통장에 입금 되는데 매출 대장을 일일이 확인해볼 사업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돈이 잘못입금 됐다면 돌려주는 게 맞지만 그 전에 카드사가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매출액 정정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카드사 측은 "카드사에 가맹점 번호를 부여하고 밴사에서 해당 가맹점에 단말기를 설치, 번호를 입력하는데 이 건의 경우 밴사 직원이 실수로 H가맹점 번호가 아닌 일원의 번호를 입력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밴사 측에서 매출관련서류를 토대로 반환을 거듭 요청했는데 안 씨가 이를 거절해 부득이하게 소송까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 씨가 밴사에 2천900만원을 돌려주면 해결될 일"이라며 "양 측간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카드사에서 세금문제 등의 피해가 없도록 안 씨의 매출액 정정 등 사후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두 업체의 가맹점 번호가 같아 매출액이 어느 한쪽으로 입금됐다면 각각의 매출 내역을 일일이 비교해 정정작업을 해야 한다. 가맹점에 매출전표가 없더라도 카드사의 의무보유 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타 업체의 매출액이 함께 입금됐다면 당연히 반환하는 게 맞지만 이로 인해 많은 세금을 냈을 경우 증빙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면 세금환급 등을 받을 수 있다"며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는 카드사나 밴사를 상대로 정신적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 카드사 공통으로 가맹점 입금내역을 공개, 가맹점 사업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