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과 '소통경영'을 앞세워 리딩뱅크 탈환에 나섰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지난해 7월 13일 취임한 어 회장은 경영진의 오랜 공백과 실적 저하,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여러 불협화음 등 조직이 중대한 위기상황에 처했음을 직시하고 '선 내실다지기 후 외형확장'을 경영목표로 삼아 조기정상화에 주력했다.
어 회장의 지난 6개월간 행보는 ▲조직슬림화 등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 ▲고객과 대기업, 해외 기업설명회(IR)를 통한 소통경영 ▲그룹변화혁신 태스크포스(TF)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 등 3가지로 집약된다.
금융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이 어윤대호의 가능성을 보여준 준비기간이었다면 올해 1년은 리더십과 경영능력의 본격적인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윤대호가 실질적인 경영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타지주사와의 영업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KB카드 분사와 증권, 생명 등 비은행권 부문 강화 및 인수․합병(M&A) 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추진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윤대식 체질개선으로 '리딩뱅크 탈환' 통할까?
어윤대 회장은 리딩금융그룹의 위상 회복을 위해 수익력 향상과 인력구조 혁신, 그룹경영체제 최적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는 분산된 권한을 결집시키기 위해 좌로는 관료출신 금융 전문가인 임영록 KB지주 사장을, 우로는 내부 출신인 민병덕 국민은행장을 각각 기용해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그룹변화혁신 TF를 구성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작업에 착수, '조직혁신'과 '영업력 강화'라는 중대과업 달성에 나섰다.
우선 국민은행에 대한 조직통폐합과 구조조정 등을 본격 추진했다. 국민은행의 전략그룹과 재무관리그룹을 경영관리그룹으로 단일화했고, 상품그룹은 개인영업그룹과 기업영업그룹으로 분할 편입 했으며 자금시장그룹은 자본시장본부로 개편하는 등 3개 그룹, 6개 본부로 대폭 축소했다.
또한 KB투자증권 등 적자를 냈던 계열사의 임원수를 30% 이상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도 과감히 줄였다. 어 회장은 경비절감을 위해 취임 직후 첫 급여부터 15%를 자진 삭감했고 임영록 사장과 민병덕 행장도 급여를 10% 삭감하는 등 많은 임원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했다.
KB지주는 그룹변화혁신 TF에서 수립한 58개 업무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국민은행이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4년전 도입한 개인영업점 업무분리(SOD)제도도 대폭 손질했다.
이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민은행 전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금융권 최대인 3천2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국민은행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지난 3일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신설, 지난해 희망퇴직 권고대상자 등 업무 성과가 저조한 직원 230여명을 성과향상 프로그램 이수자로 분류해 지역본부로 발령냈다.
어 회장의 과감한 구조개혁은 그간 방만한 조직경영에서 불거졌던 문제들을 해소하고 성공적인 조직통합을 이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노조 측은 국민은행 내에 신설된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대해 사실상의 '상시 인력 구조조정 본부'라며 법원에 '성과향상 프로그램' 시행 중단 관련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리딩뱅크' 재도약을 위해서는 노사간의 단결과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 회장이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객․기업 아우르는 통큰 소통경영으로 기업가치 회복
어 회장은 '현장형 CEO'라는 명성이 말해주듯 취임 후 줄곧 임직원들은 물론 2천600만 거래고객 및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을 두루 만나며 '소통경영'을 펼쳐왔다.
그는 취임 초기 직원들에게 경영전략과 영업, 조직, 홍보 등에 대한 공모를 실시, 2천여건의 의견을 접수해 이를 경영전반에 반영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KB산악회 등 사내 동아리와 주말산행에 나서거나 평상시에도 종종 인근 점포를 찾아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가지며 의견을 청취했다.
고객중심의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우수고객 초청행사를 진행하고 서울, 부산 등 영세한 중소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KB미소금융재단 등을 통한 서민금융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어 회장은 특히, 지난해 10대 그룹 총수들을 일일이 만나 상생모델을 모색하는 등 대기업 영업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21일간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을 방문,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다녀왔다. 어 회장은 이 기간 동안 UBS, 골드만삭스, 캐피털그룹 등 150여개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KB금융의 발전방향, 자사주 매각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이 국내 대기업 총수와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 등에 주력하는 데는 올해 9월 28일이 시한인 자사주 4천340만주(11.2%)에 대한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서다.
KB지주는 일부 대기업과 지분 맞교환이나 전략적 투자자 유치 등의 방안을 통해 국민은행이 보유한 KB지주 지분을 처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 상반기 내에 국내 대기업 중 1~2곳과 지분교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포스코와 지분 교환을 확대하고, KT와는 전략적인 제휴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공상은행과 남아공 스탠더드은행 등 일부 해외기관투자자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주 매각의 경우 일시에 많은 주식이 시장에 풀릴 경우 가격 하락 등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점과 지분교환시 카운터파트너(협력자)간의 주가 문제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로 '리딩 금융그룹' 도약 달성
어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젊은 층에서 연금을 받는 노년층 고객까지, 소호․중소기업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의 금융회사'를 구축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고객지향, 전문성, 혁신성, 신속성, 성과지향 등 5가지를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어 회장은 KB그룹의 강점인 소매금융은 물론 우량 대기업, 기관고객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5% 미만에 머물고 있는 그룹 비은행 부문 수익비중을 2013년까지 3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자생적 성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1~2년 후 경영정상화가 되면 M&A 참여도 시사했다.
KB지주 관계자는 "선 자생적 성장 후 증권, 생명 등에 대한 M&A기회를 엿보겠다는 것"이라며 "올해에는 KB카드 분사, KB투자증권과 KB선물 합병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캐피탈 부분의 경우 관계법상 자본금(300억원 내외)이 많이 들지 않아 M&A를 하지 않고도 자체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어윤대호의 취임 6개월 평가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동부증권 이병건 팀장은 "어윤대 회장 취임 이래로 KB지주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는데 당장의 실적은 좋지 않지만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과 실적향상이 예상되는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투자 증권 심규선 차장도 "지난 6개월간 이렇다할 실적은 없었지만 올해에는 KB지주가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정상화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윤대 회장이 올해 경영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기순이익 등 실적개선 여부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적표와 자사주 매각, 노사갈등 문제 등이 해결돼야 가능하다. 어 회장의 뚝심 경영과 리더십이 통할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