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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피해 보상에 '물품가액' 기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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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피해 보상에 '물품가액' 기재 필수
약관상 배상 한도액 고작 50만원...인수 시 하자여부 확인 해야
  • 박민정 기자 seekout@csnews.co.kr
  • 승인 2011.02.0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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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택배물량이 1천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택배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그와 동반해 분실·파손 등 택배사고율 역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피해보상과 관련된 물품가액 및 관련 규정, 표준약관 등 세부내용을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하물 의뢰 시 물품 종류, 수량, 가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표준약관상 손해배상 한도액은 50만원에 불과하다. 300만원 초과 물품의 경우 '취급 금지 품목'이라 할증료를 내도 보상이 어렵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게다가 택배업체들은 수하물을 받을 때 내용물이 무엇인지 정도만 확인할 뿐 물품가액에 대한 표기안내조차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해 막상 분실이나 파손이 발생할 경우 보상금액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허다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800만원짜리 부품 분실하고, 보상은 나 몰라라


8일 경기도 시흥에서 전자부품제조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 모(남.40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5월 경동택배를 통해 거래처에 부품을 보냈다.

며칠 뒤 부품이 오지 않아 업체에 문의하자 "분실됐다"고 안내했다. 당황한 이 씨가 경동택배에 800만원에 달하는 부품의 보상을 요구했으나 직원은 “본인에게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씨는 업체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 값의 반이라도 보상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책임 못 진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 씨는 “분실에 대해 과실이 있음에도 '나 몰라라'식으로 업체가 대응하고 있다”며 “책임소재를 위해 업체에 전화해봤지만 연락이 안 된다”고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경동택배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마친 뒤 보상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며 “특히 책임을 회피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직원에게 징계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손된 물품 배송 후 “물품가액 깎기에 급급”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사는 안 모(여.26세)씨는 1월 중순 고향집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헤어 드라이기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새 아이스박스에 담아 대한통운 측에 배송을 요청했다.

3일 뒤 안산 자택에서 택배를 받아본 안 씨는 깜짝 놀랐다. 직접 포장한 택배상자가 아닌 다른 박스로 교체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여기저기 부서지고 일부는 분실된 상태였다.

안 씨가 이를 업체에 문의하자 “배송 중 상자가 훼손되는 바람에 교체를 한 것 같다”며 태연하게 말했다.

보상을 요청했지만 “물품가액으로 기재한 50만원에서 시중 판매되는 최저가를 알아오면 그 금액에서 50%를 감하고 지불하겠다. 중고제품이라 그 점을 감안해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협상’에만 집착하는 듯한 업체 측 태도에 화가 난 안 씨는 “보상은 필요 없으니, 분실한 제품을 찾아서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 관계자는 “고객이 물품가액을 공란으로 처리해 보상에 지연이 따른 것으로 현재 보상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택배 보냈던 상자(사진 상단)는 어디로 가고, 전혀 다른 상자가 깨진 상태로 내용물을 담아 도착했다.

 

◆ ‘물품가액’ 기재 않으면 보상액 '쥐 꼬리'?


김해시 삼계동의 이 모(남.35세)씨는 지인에게 노트북 업그레이드를 부탁받아 경남 창녕으로 옐로우캡을 통해 배송 의뢰했다.

택배 물품 금액은 노트북을 포함해 업그레이드 부품, 소프트웨어 등 140만원 정도. 일주일 후 업체로부터 “물건이 분실됐다”는 소식을 듣고 보상에 대해 따져 묻자 “물품가액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상 50만원까지 보상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씨는 “송장의 내용을 택배기사가 직접 작성했고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확인란에 내가 직접 사인을 하지 않았으니 약관의 내용으로 보상액을 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업체는 노트북 가격인 107만원을 보상금액으로 제시했다. 이 씨가 이를 수긍하지 않자 “합의하지 않으면 약관대로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 씨는 “업체가 택배를 분실해놓고 책임은 소비자에게 묻는 꼴이다”며 “50만원 보상 규정을 악용해 비싼 물품을 일부러 분실하고 이익을 챙길 수도 있겠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옐로우캡 관계자는 “고객이 노트북 영수증만 제시했을 뿐 나머지 부품에 대한 증명서류는 내놓지 못했다”며 “분실한 부품이 실제 존재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 보상금액에 적용시킬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지를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해 107만원에 합의를 요구했지만 고객이 이에 응하지 않아 합의가 결렬됐다”고 반박했다.


◆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운송장에 물품가액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라면 ‘택배 표준약관’상에 규정된 내용대로 보상이 이뤄진다. 물론 본 약관에는 ‘운송물을 분실 또는 훼손이 택배사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한 것이면 모든 손해를 업체 측에서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이 실려 있다. 하지만 실상 택배사고가 발생하면 배상금액 결정, 책임소재 규명 등 사고처리 과정이 표준약관에 따라 택배업체 위주로 이뤄져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약관이라는 것이 애초에 일반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며 개별적인 사건을 위해 모든 사안을 표준약관으로 포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배송물 분실'에 대해서는 "대전지법이 판시한 내용에 따르면 상법상 1년 시효 규정과 약관상 50만원 한도액 배상 규정은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만 적용될 뿐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택배분실과 훼손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배상책임이 원칙적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택배서비스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하면 운송 중 배송물이 파손 또는 분실될 경우 손해액 배상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운송 중 배송물이 멸실되면 운임 환급 및 운송장에 기재된 운송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손해액 지급 ▲파손된 때 수선이 가능하면 무상수리 또는 수리비 보상, 수선이 불가능한 경우엔 멸실된 때의 보상기준에 따른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택배 주문 과정에서 운송장에 물품 종류, 수량, 가격 등을 꼼꼼히 기재하고 작성한 후 잘 보관해야한다. 운송물을 인수할 땐 반드시 배송기사가 보는 자리에서 하자 여부를 확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발생하면 서면으로 14일 이내에 본사에 피해구제 요청을 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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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물 분실·파손 피해에 대비해 운송장에 물품 가액, 물품 종류, 수량 등을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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