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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2799개,현대는 394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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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2799개,현대는 3949개?
대기업'명찰'만 믿으면 된통 당한다...허술한 상호등록제 악용
  •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
  • 승인 2011.02.11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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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세업체들이 버젓이 사명이 포함된 상호를 사용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통상 소비자들은 대기업 사명과 동일·유사한 상호의 업체를 대기업 계열사나 직영점으로 오인하지만 실상 관계없는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한 서비스는 물론 무책임한 사후처리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더욱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대기업에 책임을 묻어 보상을 요구하면서 기업 관계자들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규정상 대기업들은 동일·유사상호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어렵고 문제가 터졌을 때 상대 업체에 상호사용 금지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잡한 소송절차로 인한 시간과 비용상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가장 인기 높은 기업명은 현대로 총 3천949개 업체가 사용 중이었으며 삼성 2천799개, SK 1천115개, LG 505개 순으로 나타났다.  

◆ 상호사칭에 엉터리AS까지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4동의 김 모(여.26세)씨는 최근 컴퓨터 고장이 반복되자 스마트폰으로 인근 수리업체를 검색, ‘주연테크’에 AS의뢰를 했다. 사설업체보다는 전문성이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방문한 AS기사는 “메인보드 쇼트가 나갔다”며 수리비 8만원을 청구했다. 이후에도 동일한 증상이 발생해 AS를 의뢰했고 두 번째 방문한 기사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첫 번째 수리를 진행한 기사가 구두 상으로 안내한 메인보드 이상과는 달리 AS이력에는 ‘램1기가 추가, 윈도우 재설치’라고 전혀 다른 내용일 기재되어 있었던 것.

사실 확인을 하고자 수차례 1차 방문 기사에게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컴퓨터 구입처에 다시 점검을 의뢰해 ‘램 추가가 아닌 1기가짜리 다른 제품으로 변경’이라는 새로운 사실까지 알게 됐다.

결국 멀쩡한 메인보드를 고장으로 속여 과도한 수리비용을 청구한 것을 알게 된 김 씨가 수리업체로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알고 보니 이 업체는 ‘주연테크’에 소속된 서비스센터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수리업체 관계자는 “1차 방문기사가 퇴사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직원 관리에 소홀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수리비용 8만원과 2차 방문 기사에게 지불한 출장비 1만원을 포함해 총 9만원을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상호사칭과 관련 “주연테크로 광고 등록돼 있다면 수정하겠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 114에서 보일러AS 사설업체 버젓이 안내

인천시 석남동의 장 모(남.28세)씨는 최근 수리 받은 보일러가 또다시 탈이 났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장 씨에 따르면 “‘린나이’ 본사에서 나온 공식 수리기사가 아닌 전혀 다른 업체의 기사가 와서 엉뚱한 부품을 교체하고 갔다”는 것. 원인은 114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에 있었다.

보일러와 같이 고장이 잦은 제품을 수리하는 AS업체들은 ‘린나이’, ‘귀뚜라미’, ‘경동’ 등 유명회사의 상호를 도용해 영업하곤 하는데, 114에서는 이러한 사설업체까지도 소비자들에게 버젓이 안내하고 있었던 것.

이에 대해 린나이 코리아 고객상담 실장은 “이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편접수가 많아 상호도용 업체 측에 항의도 해 보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며 “타 업체와 동일한 상호라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신청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강제로 영업을 못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린나이 대표전화(1544-361)로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지역 대리점을 안내받거나, 114로 문의할 때는 꼭 ‘린나이 본사 고객상담실’로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 KT "관계 없는 KT돔 관련 고객 민원에 골치 아파~"

학원을 운영하는 시흥시 시흥2동의 소 모(여.47세)씨는 지난해 KT돔으로부터 한글도메인 사용을 권하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글도메인을 선점하고 홈페이지도 제작해준다는 영업사원의 집요함에 계약금 79만 2천원을 카드 결제했다. 

하지만 KT돔이 제작한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학원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다음날 해지를 요청하는 전화와 팩스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영업사원에게 문의하자 “해지는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해당부서에서 연락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며칠 후  본사에서는 “절대로 철회가 안 된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보내왔다.

수많은 계약자들이 KT돔이 국내 거대 통신사인 KT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믿고 가입해 피해는 더욱 확산된 것. KT 역시 KT돔의 불법영업으로 인해 적지 않은 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KT돔은 지난 2000년 KT사내벤처로 시작했으며 지난 2005년 지분처분 등을 통해 KT와의 관계를 정리한 독립법인이다. 하지만 별개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KT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

실제 지난 2005년 KT는 자사를 사칭해 다량의 고객민원을 발생시킨 KT돔을 상대로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KT돔은 지난 2007년 8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KT’ 등을 포함한 영업표지를 사용불가 판정을 받고 KT에 대한 손해배상 및 주요 일간지에 해명광고를 게재했다.

하지만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 KT돔의 불법영업은 끊이질 않았다. 기존 ‘KTdom’의 도안 글꼴을 조금 변경하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계속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KT는 지난해 1월  KT돔을 상대로 법원에 재차 간접강제를 신청했다. 또한 지난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회에 걸쳐 경고장 등을 통해 권고했지만 개선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부정경쟁 행위 금지 등 소송 및 가처분을 신청해 판결을 기다리는 상태다.

◆ 삼성 계열사가 전국에 3천개?

이처럼 대기업과 유사한 상호를 가진 업체들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자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정책개선을 촉구했다. 최근 대한상의는 동일·유사상호로 인한 피해실태와 정책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상호사용과 관련한 최소한의 사전심사장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현행법상 법인설립 혹은 사업자등록 시 상호의 등록·사용에 대한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업등기법상 동일지역(특별시, 광역시, 시, 군)에서 동일업종이면서 동일상호인 경우만 아니면 상호등록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즉 지역과 업종만 다르면  별도의 제약 없이 대기업 상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상호등록제도의 허점 때문에 지명도 높은 기업인 양 선의의 소비자와 거래업체를 현혹시키고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정부에서도 동일·유사상호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보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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