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금감원,'박현주- 박준현 '랩 공방'에 촉각
상태바
금감원,'박현주- 박준현 '랩 공방'에 촉각
'수수료' 인하 문제 두고 신경전..."여론에 의해 취지 희석"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1.02.10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과 삼성증권 박준현사장이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문제를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랩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증권이 '자문형 랩' 판매 실적우위를 앞세워 미래에셋증권 측에 굴욕감을 안기며 시작된 양사간의 자존심 대결은 이번에는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이 자문형 랩 상품의 '비싼 수수료' 문제를 거론, 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랩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이 '수수료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2차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두사람의 공방이 가뜩이나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랩 어카운트 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 향후 감독강화여부가 주목된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왼쪽)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사진-연합뉴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회장은 지난 7일 "현재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의 수수료 인하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박준현 사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가 비싸다는 판단은 고객 만족도 여부에 따라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며 수수료 경쟁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금융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상품에 대한 품질과 고객의 신뢰 및 만족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박현주발 '랩 수수료 인하 논쟁'을 놓고 증권업계는 자산관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두 최고경영자(CEO)간의 자존심 대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양사간의 대결양상은 지난해 12월말 삼성증권 측이 미래에셋증권과의 랩 유치 실적 비교를 통해 자사를 부각시키고 미래에셋을 깎아내리면서 시작됐다. 이는 최근 증권업계에서 랩어카운트로 높은 판매수익을 거둬들인 삼성증권과 펀드분야 업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래에셋증권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당시 삼성증권 측은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1조5천910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의 4천160억원과 격차가 크며, 자산관리 수수료 실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쏟아냈지만 정작 미래에셋 측은 '마이 웨이'를 표방하며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한달 후 박현주 회장이 '랩 수수료 인하'로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고 이에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이 수수료 인하 불필요 주장을 하면서 양측이 또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문형 랩 판매 실적이 저조한 박현주 회장이 '수수료 인하'를 통해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돌입한데 대해 일단 박준현 사장은 '수수료 경쟁 불참'을 선언했지만 만약 박현주 회장의 회심의 일격이 시장에서 통할 경우 향후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문형 랩 상품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높고 운용방식과 전략, 서비스 등의 여러 측면이 고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 인하' 이슈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랩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고 증권사들이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의 '랩 수수료 인하' 선언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경우 증권업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CEO의 발언 배경에 관심 쏠리자 이를 의식한 듯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말 그대로 서비스 대비 수수료가 비싼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박현주 회장이 수수료 인하 뜻을 밝힌 만큼 관련부서에서 이를 반영해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측은 "박준현 사장은 '수수료는 시장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여론이 대결양상 구도로 몰아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측이 먼저 지난해말 미래에셋 실적을 폄하하는 자료를 내는 등 상대방을 자극해 놓고 이제와서 대결양상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동안 미래에셋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사람이 많아 미래에셋이 랩 수수료를 인하한 뒤에도 고객의 반응이 시원치 않을 경우 박현주 회장의 명성에 큰 금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것이 증권사들이 랩 어카운트 고객유치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수수료 못지 않게 펀드에서 빠져나간 고객을 붙잡아 두기 위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에셋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도 미래에셋과의 설전이 길어질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업계 선두권을 달리는 삼성증권의 라이벌은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일 텐데 자신보다 규모가 작은 미래에셋과의 지나친 경쟁은 골리앗과 다윗간 힘겨루기로 내비쳐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 뿐아니다. 박현주 회장과 박준현 사장간 수수료 인하 논쟁이 부각되는데 대해 금융당국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여서 이번 논쟁이 랩어카운트 시장에 대한 감독강화로 이어질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증권계에서 랩 수수료 인하 문제가 제기되는데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자칫 수수료 경쟁이 가뜩이나 과열된 랩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서비스국 김영석 국장은 "수수료는 금융투자협회 등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랩 상품 쏠림현상이 많아 우려가 되고 있는 만큼 지난달 18일 공표한 투자자보호를 위한 관련법 개정안에 따라 판매사들에 대해 모니터링 등 상시적으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