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 사람들이 개도국을 찾아와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1주일 정도 휴양까지 겸하는 이런 현상이 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식에 필요한 장기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 밝혔다.
지난 주 WHO 주최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던 파키스탄의 파르하트 모아잠 박사는 1만2000∼2만달러에 개도국에서 신장을 이식 받고 1주일 간 휴양을 할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신장 이식은 6만6000건으로 예상 수요의 10% 정도를 충족시킨 데 불과하고 간과 심장 이식은 각각 2만1000건과 6000건으로 나타났다.
WHO는 "신장과 간 이식 건수가 증가 추세에 있고 수요는 점점 더 증가하는데 공급이 받쳐 주고 있지 못하다"면서 가난한 개도국 사람들의 장기 판매를 줄이기 위해 각국이 최대한 자체적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것을 촉구했다.
세미나에서 모아잠 박사는 현재 파키스탄의 몇몇 마을들의 경우 주민의 40∼50%가 신장 1개만을 지니고 살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서방국가들을 비롯한 외국의 부자들에게 자신의 장기를 판매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곳 마을들에서는 신장 1개당 2500달러에 팔리지만 그 절반은 중개인이 챙기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WHO의 루크 노엘 박사도 2005년에 6만6000건의 신장 이식 건수 중 10% 가까이에 이르는 6000여건이 장기매매를 처벌하는 해당국의 법률에서 벗어나고자 장기제공자 또는 장기이식자가 해외여행을 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노엘 박사는 "장기를 돈을 받고 제공하든 아니든,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제공하는 것은 반드시 위험이 따른다"며 "장기 제공자의 경우 수술 뒤 적절한 사후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들은 단지 돈 버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제대로 그런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그런 위험이 따르지 않는, 죽은 사람의 장기 기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주의 제러미 챕먼 박사는 "한편으로는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생존에 대한 열망, 다른 한편으로는 잠재적 장기 제공자들의 돈에 대한 필요성이 전 세계 너무 많은 곳에서 부자가 빈자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