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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먹는 장사 '뜨거운 감자'…먹을까?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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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먹는 장사 '뜨거운 감자'…먹을까?뱉을까?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1.04.18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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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2, 3세들의 외식업 진출이 활발하지만 성적표는 그다지 신통치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으로 밀어부치지만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손익 맞추기가 어렵고 소비자 트렌드와 어긋날 경우 그야말로 '본전도 못건지는 장사'가 되기 십상이다.

대기업과 재벌가 2,3세들이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소득 수준이 향상되자 보다 품위 있는 외식문화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던 시점인데다 해외에서 유학한 재벌 2,3세들이 현지에서 접한 인기 외식 브랜드를 앞다퉈 들여와 수요·공급이 맞아 떨어진 것.

그러나 지난 20여년간의 성적표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대부분 중간에 사업을 접거나 매각하고 영위중인 사업도 고전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일부 사업은 매장을  늘리며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으나 투자 대비 효율이 극히 낮아 대기업이 뛰어들기엔 어려운 시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롯데의 도전과 실패

신동빈 회장이 1997년 부회장 자리에 앉으면서 외식업으로 먼저 챙긴 사업이 커피전문점이었다.

국내 커피전문점 1세대로 불리는 자바커피는 신 회장의 야심작이었다. 1년 먼저 들어온 신세계의 스타벅스커피를 따라잡기 위해 2000년 미국의 원두커피 브랜드인 자바커피를 들여와 커피전문점 사업을 시작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2006년 엔제리너스 커피로 브랜드를 바꾸고 나서야 2008년 8년만에야 겨우 100호점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후 작년 300호점을 돌파하는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지만 지난 10여년동안 긴 터널을 지나온 셈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04년 야심차게 출범시킨 크리스피크림도넛도 걸음이 느리다. 사업 7년이 지났지만 지난해말까지 30여개 매장에 그칠 뿐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매장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수익 원천이기 때문에 이처럼 느린 가맹사업은 수익을 악화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롯데의 외식업 사업도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2002년 당시 한창 기세를 떨쳤던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TGIF)를 인수했으나 아웃백스테이크, 빕스, 애슐리 등 경쟁 브랜드들의 진출로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다 지난해 초 롯데리아에 흡수합병돼 버렸다.

◇ 신세계 절반의 성공

글로벌 커피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는 정용진 부회장의 작품이다.

정 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접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판단, 1999년 1호점 이화여대점을 오픈했다. 현재  300여개 매장으로 몸집을 불렸지만 2007년이후 매장당 매출이 정체현상을 보이자 신규 출점보다 내실다지기로 방향을 틀었다.

신세계 계열사 신세계푸드는 1997년 스테이크 전문점 까르네스테이션을 열었으나 역시 영업부진으로 문을 닫고 현재는 돈가스 전문점 돈카츠 칸소와 씨푸드 전문점 보노보노를 운영하고 있다.

보노보노 역시 지난 2006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5년동안 5호점을 여는데 그칠만큼 부진하다. 매장 임대료가 높고 원재료 가격이 올라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CJ, 다 브랜드로 돌다리 두드리기

CJ그룹은 1994년 일본계 패밀리레스토랑 스카이락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외식 사업에 진출했지만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스카이락 실패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외식 부문 계열사 CJ푸드빌을 앞세워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와  한식의 세계화를 도모할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CJ푸드빌은 해산물 패밀리레스토랑 씨푸드오션과 피셔스마켓, 한식 패밀리레스토랑 한쿡 등을 운영하며 시장반응을 살피고 있다. 또 제과점 뚜레주르·유럽풍 카페 투썸플레이스·국수 전문점 시젠·도넛 카페 도노스튜디오 등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운영하는 중이다.

◇ 오리온 쓴맛 보고 손 털어

오리온 그룹도 외식의 쓴맛을 봤다. 오리온그룹 이화경 사장은 1995년 국내에 들여온 베니건스를 2000년대 초반까지 패밀리레스토랑 업계 1위인 TGIF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키웠다.

‘베니건스’와 ‘미스터 차우’ 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법인인 롸이즈온이 이 사장의 작품이다. 롸이즈온은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9억 1800만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베니건스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유기농 식자재를 활용한 마켓오를 접목해 외식업을 이끌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CJ에 온미디어를 매각하면서 롸이즈온도 정리했다.

◇ 남수정 사장 썬앳푸드는 합격점

패밀리 레스토랑 ‘토니 로마스’를 운영하는 남수정 썬앳푸드 사장은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외식 사업을 궤도에 올려 놓았다.

남 사장은 남충우 타워호텔 회장의 장녀로 현재 자체브랜드 스파게띠아와 메드포갈릭 등을 내놓으며 외식업계의 ‘여걸’로 통하고 있다. 다른 재벌2세와 달리 다른 사업에 한눈 팔지 않고 외식업에 올인했다. 썬앳푸드는 지난해 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5년 당시 12억원을 기록했던 것에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매드포갈릭'은 국내 외식업계에서 처음으로 외국에 국가 판권을 수출할 정도다.

◇ 재벌가 도전은 멈추지 않아

남양유업 홍두병 명예회장의 3남인 홍명식 사장은 서울 파이낸스센터 지하 식당가에 오리엔탈 레스토랑 ‘미세스마이’와 역삼동 회전초밥집 ‘사까나야’를 운영하고 있다. 홍 사장은 남양유업이 만든 치즈, 유제품 등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도 운영한다.

경인전자 김효조 회장의 장남 김성완씨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던 시절 접했던 '스무디킹'을 들여와 여성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 브랜드로 키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씨도 현재 공동 대표로 있는 외식 계열사 '와이즈앤피'에서 런칭한 '터치 오브 스파이스'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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