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기획예산처가 현대리서치연구소를 통해 초.중고등학교 자녀를 조기유학 보냈던 부모, 보내놓고 있는 부모, 준비중인 부모 등 29명을 대상으로 토론방식의 심층조사를 실시해 내놓은 `조기유학 관련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23일 제기됐다.
◇ 국내 교육 문제많다
조기 유학 자녀의 부모들은 국내 교육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으며 특히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방식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
한 학부모는 "한국 학교에서 내 아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썼더니 선생님이 구박을 많이 했다"면서 "아이가 그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또 음악과 미술 등 예체능 조차도 아이의 적성이 아니라 성적 등수를 위해 과외를 받아야 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1명의 선생님이 많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국내 시스템은 촌지문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선생님이 현실적으로 모든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학부모로서는 당연히 촌지 제공의 유혹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스승의날 선물을 주지 않은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고는 대대적인 창피를 줬다"면서 "나도 선생님에게 선물을 안 줬는데, 그 후로 우리 아이가 사소한 일로 선생님으로부터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 외국의 다른 교육방식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아이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찾아주는데 교육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과목수가 5개를 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각종 활동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또 교과목별로 자기 적성에 따른 수업을 선택하고 자기특기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부 외에도 작문.그림.응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칭찬과 함께 상을 받고 선생님과 1대1 교육도 가능하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때에 중간고사 한번 못보면 내신성적이 엉망이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학생과 학부모의 신경이 입시에 집중해야 하는데, 차라리 외국에서 대학 가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 다양한 학교교육 필요
학부모들은 조기유학을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특성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재의 특수목적 고등학교는 평준화교육 틀내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곳으로 전락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한 학부모는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외국어를 잘 하더라도 공부를 못하면 입학하지 못한다"면서 "그런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려면 과외공부를 시켜야 하는데, 그 비용으로 차라리 아이를 외국에 보내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카지노 고등학교', '요리 전문학교', '디자인 학교' 등을 정부가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학부모들은 강조했다. 학력이 인정되면서 아이들의 자질을 살려줄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아울러 학생들의 다양성을 위해 과목별 등급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학생이 영어는 A등급, 수학은 C등급의 수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초등학교의 경우 1명의 교사가 많은 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을 모르는 선생님이 이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학부모들은 말했다.
아울러 대학 진학으로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고 촌지 유혹이 생길 정도로 교사들의 연봉이 낮으며 1명의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이 후진국 수준으로 많은 점 등도 개선돼야 한다고 학부모들은 지적했다.
◇ 교육개방도 적극 검토해야
학부모들은 교육개방을 통해 외국 교육기관을 국내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교육개방은 영어교육을 위해 자녀를 해외에 보내는 부모들에게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가족과 떨어지는 문제 없이 선진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모의 직장 등으로 인해 외국에서 살다가 국내로 들어온 아이들이 이런 학교에서 적응기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교육도 외국 교육기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교육개방이 필요하다고 학부모들은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국내로 들어온 외국 교육기관에 자녀를 보내려면 비용이 적지않게 들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이 기관에 입학하기 위해 또 다시 치열한 과외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