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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때아닌 '산 입도선매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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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때아닌 '산 입도선매 싸움'
  • 최영숙 기자 yschoi@csnews.co.kr
  • 승인 2007.04.24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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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 울산, 경북 일선 시.군들이 인접하고 경관이 수려한 가지산과 재약산, 천황산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명칭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또 지리산 등을 끼고 있는 경남도 내 일부 시군도 관광시설 확충과 축제 개최 시기 등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4일 경남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이 최근 산악 관광개발을 위해 군내에 있는 간월산, 신불산, 고헌산을 포함해 해발 1천m 이상의 가지산, 재약산, 천황산, 영축산을 '천하명산 울주 7봉'으로 명명해 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하자 밀양.양산시와 청도군이 크게 반발했다.

울주군은 특히 지난 13일 천하명산 울주7봉을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출원하고 인터넷 도메인을 등록한 데 이어 군청내 울주7봉 담당 직제까지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지산은 밀양시와 울산 울주군, 경북 청도군이 인접하고 재약산과 천황산은 밀양시와 울주군이 이웃하고, 영축산은 양산시와 울주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울주군의 움직임에 대해 밀양시는 지난 2월과 지난달 모두 3차례 울주7봉 명칭 사용의 중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양산시도 공문을 통해 명칭의 수정을 요청하는 등 강력 항의했다.

밀양과 양산, 청도 등 3개 시군은 이달 초 밀양시청에서 대책 회의를 갖고 울주군의 '천하명산 울주7봉' 명명 추진에 맞서 공동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서로 다른 지자체가 연접한 산을 어느 한 지자체가 소유한 듯이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울주군에서 울주7봉 이름을 계속 사용할 경우 양산시 등과 연계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울주군 측은 "산 명칭을 바꾸는 행정행위가 아닌 군지역에 위치한 산악 관광지역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 산에 관광객이 많이 오면 밀양과 양산으로도 가게 되는 등 관련 지자체가 '윈윈'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을 경계로 한 산청.함양.하동군도 유사한 상황이다. 산청군은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이 속해 있는 지역의 상징성을 내세워 지난 2월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카 설치 경로는 중산리 두류동-법계사, 중산관광지-장터목 산장, 두류동-장터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웃한 함양군은 "지리산은 워낙 큰 산이고 여러 시군에 걸쳐 있는데다 지자체간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측면이 있어 특정 지자체가 독단으로 개발 계획을 발표해선 안된다"고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함양군의 경우는 주민 숙원 사업이라는 이유로 지리산 북부 지역인 휴천면 문정리에 댐 건설을 수자원공사에 요구하고 있고, 하동군은 '모든 국도를 4차선화 하겠다'는 건설교통부의 방침에 따라 관광개발차원에서 지리산 자락에 있는 국도 19호선의 4차선 확장 계획을 환영하는 등 입장이 제 각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남 하동.함양.산청과 전남북 4개 시.군으로 이뤄진 지리산권 자치단체장 협의회는 1999년 지리산과 섬진강 권역을 종합 개발하기 위해 구성돼 오는 2015년까지 테마여행 상품개발 등 10대 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키로 했으나 아직까지 별 다른 진척이 없다.

장복산 자락을 마주한 진해와 창원시 또한 양측 경계를 오가는 안민고개의 나무 산책로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진해의 경우 2000-2006년 18억원을 들여 단단한 국산 낙엽송 재질로 길이 폭 1.5-2m, 길이 3.9㎞의 나무 산책로를 만들었으며 '아름드리 벚꽃 나무가 들어서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멀리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 명소'라고 자랑하고 있다.

창원시는 이웃 진해를 의식한 듯 2005년과 지난해 20억원을 들여 창원 쪽 고갯길에 폭 1.8m, 길이 2.1㎞의 나무 산책로를 만든 데 이어 올해 6억원을 추가로 들여 0.6㎞의 산책로를 확충키로 했다.

창원시는 주변 경관은 다소 떨어지지만 뉴질랜드 수입산인 나무의 재질과 편의 시설이 진해에 비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황매산을 끼고 있는 합천군과 산청군도 매년 5월 철쭉제 개최 시기와 프로그램을 놓고 보다 많은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강재규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중앙집권 시절 일선 시군의 '내 것'이란 개념이 전혀 없었으나 지방자치단체 시행 이후 지자체 마다 내 것을 챙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초지자체간 갈등을 조정 또는 중재할 수 있는 광역단체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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