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독점적 지위를 가진 지역의 케이블 TV들이 채널축소를 통한 편법 요금인상, 공중파 차단, 서비스 저하 등의 횡포를 밥 먹듯 저질러 소비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경쟁자가 없어 소비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을 수없다는 점을 마음 놓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이들의 독점적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선 케이블 TV의 경쟁체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와 케이블 TV단체들은 설비의 중복, 과다한 투자비용 등을 들어 소비자들의 고통을 묵살하고 있는 형편이다.
케이블TV의 전형적인 횡포는 해지불이행, 채널변경. 공중파차단, 요금인상 등이다.
◆해지 불이행과 과다한 위약금 청구=소비자 김성현(37ㆍ경기 수원시 장안구)씨는 2년전 수원방송의 인터넷 서비스를 3년 약정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리고, 연결상태가 좋지 않아 여러번 애프터서비스(A/S)를 받았다. 참다 못해 올해 2월 22일 해지 신청을 위해 수원방송으로 전화를 했다.
상담원은 해지에 따른 위약금과 사용료로 29만원 정도를 내야 된다고 했고, 신분증 사본을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이틀 뒤인 24일 오전 주민등록증 사본에 연락처를 적어 팩스로 송부했다. 확인을 위해 수원방송에 전화를 했지만 20분이 지나도록 담당자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어 26일 다시 팩스를 보낸 후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보통 대기시간이 10분이상 걸렸다. 그러나 상담원과는 연결도 되지 않았다.
3월 2일 수원방송에서 "팩스를 받지 못했다"며 "다시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왔다. 팩스를 보낸 후 몇번의 통화 끝에 오후 4시쯤 담당자와 연락이 되었다. 담당자는 "해지 일자를 팩스를 확인한 3월 2일자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3월 5일 수원방송으로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담당자는 2월 24일부로 해지 처리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수원방송의 태도가 미덥지 않아 3월 7일 다시 연락을 했고, 해지 처리가 3월 2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담원과 다시 얘기 끝에 2월 24일로 해지 처리를 해주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김 씨는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한시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수원방송에서 날아온 영수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지에 따른 요금이 48만2313원, 이미 자동이체로 빠져 나갔다는 내용이었다.
수원방송에 항의했지만 이미 빠져 나간 돈은 돌려 받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까지 구박하고 나섰다. "왜 일처리를 제대로 못했냐"며 볼멘소리를 한 것이다.
김 씨는 "하도 성질이 나서 대판 부부싸움까지 했다"며 "이런 일이 나한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원방송을 보는 모든 소비자에게 해당될 것같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방송측은 25일 "이미 소비자와 얘기가 끝난 사항이다. 더 이상의 금액조절은 불가능하다. 또 해지 신청시 해지 금액을 이미 소비자에게 통보했었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밝혔다.
또 회사원 김부이(가명ㆍ여ㆍ27ㆍ경기 광명시 철산4동)씨는 최근 광명시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유선방송 '티브로드한빛방송'의 일반형을 무탈하게 보다가 인터넷도 KT에서 한빛넷으로 바꾸었다. 인터넷은 라이트 상품이었다.
어느날부터 잘 보던 방송의 몇가지 채널이 안나오기 시작했다. 확인해보니 "행사기간이 끝나 고급형을 신청해야 그 채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한빛방송측에서 '네오'라는 상품(인터넷은 라이트상품, 방송은 고급형)을 권유했다. 인터넷을 함께 사용하는 분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것이 낫겠다 싶어 신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얼마간 사용하다가 유선을 볼 사람도 없고, 인터넷도 잘 안쓰게 되어 중도해지를 신청했다. 위약금이 있다고 했다.
신청한지 3개월밖에 안돼 위약금이 얼마 안될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7만6000원을 내야한다고 했다. 할인받은 부분 1만2000원씩 3개월에 인터넷 설치비 4만원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위약금 때문에 티격태격하던 사이 한달이 지나 위약금은 8만8000원으로 불어났다. 일시정지를 시켜놓고 몇달 후 한빛넷으로 연락을 했다. 그 사이 위약금은 12만3000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김 씨는 "일시정지 중간에 회사 내규가 변경됐다며 2개월 무료 혜택까지 준다고 했지만 고스란히 계산에 반영했다"며 "생돈 2만4000원까지 더 물게 됐다"고 분개했다.
◆채널변경 및 요금 편법인상=대부분 보급형에서 고급형까지 3~4단계의 패키지 요금을 구비하고 있는 케이블 TV들은 소비자들이 즐겨보는 채널을 고급형에 넣어 가격을 인상하는 편법을 쓴다.
남인천 케이블에 가입하고 있는 소비자 박선영씨는 어느날 자신과 아이들이 즐겨보던 Mnet, 투니버스 MBC드라마 등이 나오지 않아 방송국에 문의하니 윗단계 패키지 상품으로 구성했으니 보고 싶으면 월 3000원을 더내라고 했다.
박씨는 사전고지도 없이 요금을 이같이 편법으로 올리는 데 분개해 소비자고발센터에 고발했다.
경기도 남부지역의 기남방송에 작년 11월 가입한 서일국씨도 8800원을 내고 경제형을 보고 있었는 데 최근 방송국이 경제형 채널중 7개를 고급형으로 전환하면서 시청료가 월 1만6500원으로 2배나 늘게 됐다.
서씨가 화가나 방송을 해지하려 하자 방송국측은 설치비 4만4000원을 위약금으로 내라고 요구했다.
◆공중파 차단=얼마전 수원으로 이사한 정성미씨는 TV 방송이 전혀 나오지 않아 지역 케이블 TV인 티브로드사에 전화하니 그 지역이 난청지역이라 공중파 TV를 볼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산간오지도 아닌 수원시내 한복판이 난청지역이라는 것이 이해가 안돼 다시 KBS로 전화해 항의했다.
KBS에서 기사가 나와 점검하더니 케이블TV사에서 건물에 내려온 내선을 끊고 그 선에 유선방송을 연결했기 때문에 유선방송을 연결하지 않으면 공중파 방송조차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정씨는 멀쩡히 시청료를 내고 있는 데 유선방송료까지 내야 방송을 시청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어처구니없어 했다.
◆서비스도 갈수록 엉망=작년 10월 목포시 석현동 신축 건물에 입주한 김호문씨. 서남방송에 유선방송을 신청했더니 못 해준다고 딱 잘랐다.
선이 안 깔려 있어서 못해준다는 설명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주유소와 맞은편 상가는 유선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데 몇 미터 선로공사를 하기 싫어 신청을 아예 받지 조차 않았다.
김씨는 “종전 호남방송과 서남방송이 통합되기 전에는 서로 경쟁하면서 어떤 곳이라도 설치해주겠다고 홍보하더니 독점체제가 되니까 ‘배째라’ 영업을 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작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도 독점체제 지역방송국의 경우 경쟁체제 지역보다 수신료는 15% 비싸고 채널은 5개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지역의 월수신료는 평균 5787원인 데 비해 독점지역은 이보다 855원 비싼 6642원이었고 채널수 역시 독점구역은 53개로 경쟁구역 58개보다 5개 적었다.
이같은 독점의 횡포 때문에 작년 관악구와 부산시. 창원시등에서는 주민들이 지역 독점 방송국의 수신료 인상과 채널 축소등에 항의해 집회를 벌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소비자 소송을 낼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재 케이블 TV사업 구역은 총 77개로 이중 44개가 독점 구역이며 나머지 33개는 2개이상의 사업자가 경쟁하는 경쟁체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케이블 TV업계와 방송위는 종전 덤핑수준의 요금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며 경쟁체제가 될 경우 과다한 중복투자로 자원이 낭비된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는 독점 지역 케이블TV의 횡포를 막기 위해선 복수사업자가 경쟁하는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