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현실화에 실패, 물가인상과 가계빚 증가를 가중시킨 점에 대한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놓치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이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서민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가채부채의 상당부분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하락까지 발생할 경우 가계파산과 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 등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저금리 기조를 고수할 경우 물가인상 심화와 유동성 과잉 등으로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계속돼 가계빚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중 확대와 의식주 및 교육 등 필수가계 대출을 줄여 부채상환을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리인상 미루더니 결국 물가폭등, 가계부채 심화 초래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1/4분기 중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가계부채)은 801조4천억원에 달했다. 이중 가계대출은 752조3천억원, 판매신용(카드 외상구매)은 49조1천억원이었다. 이는 10년 전인 2001년 1분기(276조2천억원)와 비교해 2.9배 증가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2008년 688조2천억원, 2009년 733조6천억원, 2010년 795조3천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50% 가까이 차지하고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시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가계들은 지금까지 거치기간을 연장하거나 기존 대출을 중도 상환하고 다시 빌리는 방식으로 만기를 연장해 왔지만 향후 경기 침체로 은행들이 만기연장을 거부할 경우 가계는 이자에 원금 상환 부담까지 지게 돼 가계파산이란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에만 약 64조원의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가계부채에 대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김진욱 간사는 "가계부채의 48%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인데 그간 저금리 기조 하에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일종의 투기심리 작용과 내 집이 없으면 전세금이 요동치고 주거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인식 등으로 주택구입이 크게 증가했다"고 가계빚이 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간사는 "현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보면 변동금리가 90%를 넘고 만기회수 상환비중이 높은데 최근 물가상승으로 금리인상 얘기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집값까지 떨어지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며 "금리인상과 집값하락에 따른 부담은 금융기관 보다는 개별 가계들이 지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고 장기 모기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박선숙 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달 11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박 의원이 '주택을 담보로 하는 과잉대출의 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가계부채 급증을 막고,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을 예방하기 위해 ▲은행이 대출조건 등을 반드시 설명하고, 서면 교부하도록 의무화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기상환 수수료 부과 금지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잉대출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참여연대 "주택담보대출 과잉 규제, 필수가계대출 줄여 줘야"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중은행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여러 제한을 두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카드․캐피탈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의 신용대출 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김진욱 간사는 "신용대출의 주목적은 가계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이는 그만큼 가계생활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히 높은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식주 및 교육 등에 대한 필수가계 대출을 줄이게 해 소득을 부채상환에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18일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을 위해 서민금융 기반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10만원 미만 소액연체 신용평가 미반영, 대출중개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대출금리 최고한도 연 39%로 인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제도) 2년 연장 등을 담고 있으나 사실상 '빚을 내서 빚을 갚도록 하는 셈이어서 ' 서민들의 빚만 늘어나는 악순환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향후 정부가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 역시 '면피용'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난해부터 저금리 장기화와 물가인상 우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기준금리 인상 여론이 많았지만 정부가 이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결론적으로 가계부채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상 얘기는 지난해 6월 물가인상이 가시화될 무렵부터 민간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정부는 8월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대책에 치중하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미뤘다"며 "지금 와서 기준금리는 올려야겠는데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통화정책 실패로 물가인상과 가계부채 증가 등 경제위기를 초래한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7명의 금통위원이 배석해야 하지만 1년 넘게 1명의 자리가 공석인 까닭도 의문시 되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 관계자는 "정부에서 대응방안을 고민 중인데 현재 금융위에서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 금융정책과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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